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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전 최고 수확' 김진수 "이영표 후계자 저도 있어요"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7-21 11:17


20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2013 동아시아컵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김진수가 호주 톰슨과 헤딩볼을 다투고 있다.
상암=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20.

호주전 최고의 신데렐라는 단연 김진수(21·알비렉스 니가타)다.

깜짝 발탁에 이은 깜짝 선발 출전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20일 호주전에 김진수를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시켰다. 김진수는 풀타임을 소화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신예 답지 않은 맹활약을 펼쳤다. 김진수는 자신을 낯설어하는 관중들의 반응을 환호로 바꿔냈다. 마치 '왼쪽 윙백 후보에 저도 있어요'라고 외치는 듯 했다.

김진수에게 A매치 데뷔전의 부담은 없었다.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왼쪽 공격의 물꼬를 틀었다. 시원시원한 드리블과 날카로운 왼발 킥으로 공격을 지원했다. 윤일록(서울)과 간격을 유지하며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에서는 영리함까지 느껴졌다. 수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홍정호(제주) 김영권(광저우) 김창수(가시와)와 함께 깔끔한 수비를 선보였다. 상대 공격수와의 1대1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공수 밸런스에서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했다.

본업 외에 장기도 많았다. 형들을 제치고 세트피스 전담 키커로 나서기도 했다. 전반 41분에는 정교한 왼발 프리킥으로 김동섭의 헤딩슈팅으로 이끌어내기도 했다. 스로인도 그의 몫이었다. 크로스를 방불케 하는 장거리 스로인을 여러차례 선보였다. '인간투석기' 로리 델랍(반슬리)을 연상케 하는 장거리 스로인으로 A대표팀에 새로운 공격옵션을 안겼다.

김진수는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은 한국 차세대 수비수다. 원삼중-신갈고-경희대 출신의 김진수는 12세부터 13세, 14세, 15세, 16세 등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 빠짐없이 선발됐다. 특히 2009년 나이지리아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에서는 주장 완장을 차고 손흥민(레버쿠젠) 윤일록 등과 함께 출전해 8강 진출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1년 콜롬비아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서도 한 살 많은 백성동(주빌로) 김경중(캉) 등과 함께 출전해 16강 진출을 이뤄냈다. 2011년 3월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 네살이나 많은 형들 사이에 막내로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프로 데뷔 후에도 승승장구를 이어갔다. 지난해 J-리그 니가타에서 프로에 데뷔한 김진수는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니가타가 성적 부진으로 사령탑이 4번 바뀌는 동안 J-리그 24경기와 컵대회 5경기에 출전, 1골-4도움을 올렸다. 6월 무릎 연골 수술로 인한 3개월 공백 기간을 제외하면 거의 전 경기를 뛴 셈이다. 김진수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강등 위기에서 구했다. 강등의 사활이 걸린 33, 34라운드에서 연속골을 넣으며 '잔류 전도사'로 나섰다. 이같은 맹활약에 J-리그 명문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지만, 니가타와 연장계약을 택했다. 김진수는 올시즌에도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정규리그와 나비스코컵에서 총 18경기에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뛰었다. 1경기에만 경고누적으로 결장했을 뿐이다.

물론 보완점도 있었다. 크로스는 다소 아쉬웠다. 특면에서 수차례 돌파가 이어졌지만, 크로스 한 볼이 공격수 머리에 맞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김진수 역시 "크로스가 아쉬웠다. 조금 더 정확하게 하고 프리킥도 정확하게 했다면 골 충분히 들어갈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미련은 없었다. 김진수는 "데뷔전이다 보니 어떻게 했는지도 기억이 안난다. 저보다 잘하는 선수가 많은데 기회를 받았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미련없이 뛰어서 만족한다. 다음에도 열심히 더 잘하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이영표(밴쿠버)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2년 넘게 A대표팀의 왼쪽 윙백은 매경기 주인이 바뀌었다. 박주호(마인츠) 김치우(서울) 윤석영(퀸즈파크레인저스) 등이 테스트를 받았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심어주지 못했다. 호주전 김진수의 맹활약은 기존의 경쟁자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호주전 최고의 수확은 김진수의 발굴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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