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근원지는 아시아다. 중국-동남아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어두운 그림자는 전 세계 축구계를 흔들고 있다. 2011년 프로축구판을 뒤흔들었던 승부조작 파문도 이들의 영향이 컸다.
2009년부터 확대개편된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역시 승부조작 망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에서 열리는 경기도 또 한 번 폭풍에 휘말릴 뻔했던 정황이 밝혀졌다. AFP통신은 16일(한국시각) '싱가포르 사업가 에릭 딩시양에게 성접대를 받고 승부조작을 시도했던 레바논 주심들이 증언에 나섰다'고 전했다. 싱가포르 현지에서 적발된 레바논 심판진은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레바논에 송환됐다. 이들은 "딩시양은 우리가 한국과 카타르, 이란에서 열리는 ACL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하길 기대하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제3국 주심 배정이 원칙인 ACL의 특성상, 이들이 조별리그 내지 16강에 배정되는 상황에서 승부조작을 시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딩시양은 지난 4월 탐파인스 로버스(싱가포르)와 이스트벵갈(인도) 간의 아시아축구연맹(AFC)컵 조별리그 경기에 배정된 레바논 주심들을 매수해 승부조작을 시도하다 적발되어 기소됐다. 그는 심판진에게 유투브 동영상을 통해 승부조작 사례를 교육하고, 페널티킥을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경기 전 현금 뿐만 아니라 성접대로 심판진을 매수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딩시양은 이런 방식으로 총 680경기의 승부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