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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본 대전, 감독 교체가 능사는 아니다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7-08 14:45 | 최종수정 2013-07-09 08:22



6일 부산전이 끝난 후 김인완 대전 감독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붙었다. 부산전은 반전의 신호탄이었다. 비록 승리하지 못했지만, 희망의 징조들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야심차게 영입한 콜롬비아 출신의 외국인선수 플라타가 기대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플라타의 가세로 팀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퍼졌다. 선수들의 눈빛이 살아났다. 김병석이 중앙으로 이동하며 공격은 날카로워졌고, 수비진도 개막 후 첫번째로 무실점 경기를 했다. 과감한 압박과 빠른 공격전개를 추구하던 김인완식 '생존 축구'가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당초 김 감독은 부산전에서 패하면 감독직에서 물러날 생각이었다. 팀을 만들던 과정에서 물러서는 것은 아쉽지만, 고향팀 대전을 위한 결정이었다. 새로운 선수의 가세와 마지막 전술적 변화마저 통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배수의 진을 쳤던 부산전에서 희망을 봤다. 현재 영입을 추진 중인 외국인 스트라이커만 가세하면 더 좋은 축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다. 고개를 숙이던 김 감독은 다시 힘을 냈다. 팀 분위기를 해쳤던 선수들을 과감히 정리하고, 합숙 훈련을 통해 전력을 끌어올릴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기세를 탄 지금,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감독 교체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저런 감독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감독 교체를 위한 적절한 타이밍이 아닌 듯 하다. 칼을 뽑을 것이었다면 더 빨리 뽑았어야 했다. 대전은 팀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외국인 선수 카드를 이미 써버렸다. 새로운 감독이 와도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지금은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하는 것이 낫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 2.5팀(13, 14위 자동강등, 12위는 2부리그 1위팀과 플레이오프)이 강등된다. 대전은 지난해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팀을 잔류시킨 유상철 감독 대신 김 감독을 선택한 것도 힘겨운 강등싸움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김 감독은 100%는 아니지만 자신의 스타일로 팀을 재편했다. 몸값이 비싼 선수들은 영입하지 못했지만, 김 감독이 가능성을 믿고 데려온 선수들이다. 이들은 타구단에서 많은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이다.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다. 김 감독이 '숙소귀신'이란 별명을 얻은 이유도 이들의 빠른 성장을 위해 지도에만 몰두했기 때문이다. 선수들도 김 감독의 스타일에 적응을 마친 모습이다. 본래의 기량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독 교체로 다시 한번 팀을 재편한다면 강등은 불보듯 뻔하다. 물론 교체로 더 나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클래식은 이제 후반기 세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강등전쟁을 위한 진짜 싸움은 8월에 이어진다. B그룹에 떨어진다고 해도 스플릿 리그가 남아있다. 지금이야 말로 변화보다는 더 큰 힘을 실어줄 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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