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아닌 '녹색전사'로 최강희 감독 구한 이동국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7-07 21:23 | 최종수정 2013-07-08 08:10



스승이 힘들어했다. 최강희 감독의 복귀전에서 경남에 대승을 거뒀던 전북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지난 3일 성남전에서 2대3으로 패했다. 최 감독이 A대표팀을 맡는 동안 전북은 많이 망가져 있었다. 최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성남전 경기력이 전북의 현주소다"라고 했다. '닥공(닥치고 공격)'도 힘을 잃었고 승리에 대한 의지도 없었다. 정신력 하나로 경남전 승리를 이끌어냈지만 선수들의 부상 여파가 컸다. 최 감독의 한숨이 깊어졌다.

스승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주장의 책임이 컸다. 그래서 이를 더 악물고 한 발 더 뛰었다. 최 감독의 '애제자'이자 전북의 '캡틴'인 이동국이 위기에 빠진 전북과 최 감독을 구해냈다. 전북이 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K-리그 17라운드 포항전에서 2대0 완승을 거뒀다. 케빈과 함께 선발로 출격한 이동국은 박희도의 선제골로 1-0의 리드를 잡은 전반 9분 팀에 두 번째 골을 선사했다. 왼쪽 측면에서 날라온 이승기의 크로스를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득점으로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이동국은 최근 4경기에서 6골을 넣는 물오른 득점 감각을 선보였다. A대표팀 차출로 출전하지 못했던 경기를 제외하면 6경기 연속골이다. 또 시즌 11호골로 득점 순위 2위에 오른데 이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K-리그 통산 최다득점 기록도 152골로 늘렸다.

A대표팀에서는 부진한 경기력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던 이동국이다. 하지만 태극마크를 떼고 전북의 녹색 유니폼을 입은 이동국은 전혀 다른 공격수가 된다. 국가대표 이동국에게서 좀처럼 보기 힘든 문전에서 한 박자 빠른 슈팅, 상대를 등지는 플레이가 수월하게 나온다. 최 감독이 복귀한 이후 그는 바뀐 팀 전술에도 빠르게 녹아 들었다. 최 감독은 기존의 4-2-3-1 전술 대신 4-4-2 카드를 꺼내 들었다. 김정우 서상민 김상식 등 중앙 미드필더가 대거 부상으로 빠지자 내놓은 고육지책이었다. 투톱을 내세워 공격을 강화하는 것만이 약한 수비를 상쇄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반면 투톱은 수비력 약화를 가져올 수 있는 양날의 검이었다. 그러나 이동국이 있었다. 이동국은 "한 명씩 번갈아가면서 수비를 해주면 충분히 좋은 찬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법을 제시했다. 자신이 밝힌대로 이동국은 케빈과 번갈아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전개했다. 포항의 패싱 축구를 수비 진영부터 차단했다. 케빈은 과감한 태클로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했다. 효과가 있었다. 전북은 2008년 8월 30일 이후 포항 원정에서 5년 만에 승리를 거두며 승점 3점을 따냈다. 최 감독은 "미드필드가 없어서 투톱을 운영할 수 밖에 없다. 이동국과 케빈이 수비 가담을 많이 해줘서 팀 전체가 힘을 받는 것 같다"며 애제자에게 엄지를 치켜 세웠다.


포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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