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유스 수비수 정준연 '6년만의 데뷔골' 뒷얘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3-07-02 18:14 | 최종수정 2013-07-03 07:58



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승리가 절실했던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대전 원정경기 직전, 이런 말을 했다. "오늘 같은 날 '미친 선수'가 한명 나와줘야 한다."

하 감독의 바람대로 '미친 선수'가 나왔다. 전남의 6년차 수비수 정준연(24)이었다. 주앙 파울로를 꽁꽁 묶는 미션을 초과달성했다. 전반 선제골까지 터뜨리며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크로스처럼 상대를 속이며 힘껏 노려찬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 각이 없는 상황에서 기가 막히게 터진 '고난도 골'이었다. "6년만의 데뷔골이라고 하더라고요." 스승 하 감독이 제자의 맹활약에 흐뭇하게 웃었다. 2일 정준연은 프로축구연맹이 발표한 라운드 베스트11에 올시즌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적극적인 공격가담과 빠른 수비복귀로 안정적인 밸런스 유지'라는 한줄평과 함께다.

정준연은 광양 토박이다. 2008년 프로 데뷔 후 전남 유니폼만 입은 원클럽맨이다. 광양남초등-광양제철중고를 거친, 뼛속부터 전남 유스다. 전남 유스 최고참이자, 가장 오랜기간 전남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팀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어린 시절 '전남 레전드' 하석주 노상래 김도근 김병지를 보며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병지삼촌'과 함께 뛰고, 하 감독님, 노 코치님, 김 코치님과 함께 한다는 것이 지금도 신기하다"고 했다.

지난 6년간 69경기에서 3도움을 기록했다. 70경기째 작렬한 프로 데뷔골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 '깜짝골'이었다. "골을 넣고 나서 너무 조용해서 몇번이나 확인했다"며 웃었다. 그러나 크로스가 골이 된 것 아니냐는 '슈터링' 의혹은 강하게 부인했다. 골을 향한 의지가 확실했다는 것이다. "그쪽에 아무도 없지 않았나. 분명히 보고 강하게 찼다. 혹시라도 맞고 나오면 세컨드볼이라도 우리 공격수들이 차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정준연은 안정적인 성향의 수비수다. 오른쪽과 중앙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다. 골 욕심, 공격본능보다는 본연의 임무에 주력한다. "이러다 은퇴할 때까지 한골도 못넣는 것아닌가 했다"며 웃었다. 박항서 전 감독 시절 수석코치였던 하 감독은 '정준연 활용법'을 잘 알고 있다. 하 감독 부임 이후 6년차 정준연은 꾸준한 기회를 얻으며 성장하고 있다.

전남은 올시즌 15경기에서 14득점, 15실점했다. 부산과 함께 리그 최소실점이다. 득점은 14개구단 중 11위다. 수비에 비해 공격이 떨어진다는 평가에 공격진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심동운, 박준태, 이종호, 전현철 등 우리 공격수들은 정말 많이 뛴다. 형식적인 수비 가담 정도가 아니다. 전남 수비가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이들이 한발 더 뛰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마무리에 세밀함이 떨어지는 부분은 있지만, 수비수로서 본받고 싶을 만큼 파이팅이 좋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6년만의 감격 데뷔골이 하필 '전남유스' 시절 은사 김인완 대전 감독에게 비수가 된 점은 못내 마음에 걸린다. "경기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데뷔 첫골이라 너무 좋아하지 않았나 싶었다. 좀 자제할 걸 뒤늦게 후회했다"고 털어놨다. 6년차 첫골에 코칭스태프도, 동료들도 깜짝 놀랐다. 박선용 김동철 등 1989년생 절친들로부터 "진짜 6년만이냐"며 '축하반 놀림반'의 축하를 받았다. 자신을 한결같이 응원해준 전남팬들을 위한 이벤트를 고민중이다. "'89라인' 친구들한테는 밥을 사면 되는데, 서포터들에겐 뭘 하면 좋을지 생각중"이라며 웃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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