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과 역습' 홍명보 감독이 밝힌 한국형 축구의 실체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7-01 16:10


1일 오후 경기도 시흥시 대교HRD 센터에서 제5차 홍명보장학재단 코리아 쉴드 프로젝트가 열렸다. '코리아 쉴드 프로젝트'는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비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선진 수비 축구 시스템을 전수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에서 홍명보 A대표팀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01.

'수비시에는 강한 압박, 공격시에는 빠른 역습으로'

홍명보 감독이 펼칠 '한국형 축구'의 윤곽이 나왔다. 홍 감독은 1일 경기도 시흥 대교 HRD센터에서 진행한 전국 우수 수비 발굴 프로젝트인 Korea Shield Project(이하 K.S.P)에서 '한국형 축구'의 청사진을 밝혔다. 화두는 '압박과 역습'이었다.

1일 열린 브라질과 스페인의 2013년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전을 예로 들었다. 홍 감독은 "결승전에서 봤듯이 수비 조직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강팀을 깰 수 있는 것이 수비 조직력이다. 축구는 결국 얼마나 잘 압박하고, 얼마나 공간을 잘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강한 압박을 앞세운 브라질의 축구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볼점유율을 강조하면서 스피드가 많이 줄은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월드컵에서 할 수 있는 스타일은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볼점유율은 늘리면서 얼마나 빨리 공격에 넘어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홍 감독은 한국형 축구를 완성하기 위해 급진적인 변화 보다는 안정적인 발전을 강조했다. 동메달 신화를 달성한 2012년 런던올림픽의 발전형이 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홍 감독은 "새로운 축구를 하기 보다 2009년 청소년월드컵이나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준 색깔로 갈 것이다. 여기에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브라질월드컵까지 1년이란 시간이 주어졌다. 핵심적인 날짜를 정해 단계적인 발전을 노릴 생각이다"고 했다. 멀티능력보다는 전문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힌트도 줬다. 홍 감독은 "런던올림픽에서 힘들었던 것은 엔트리에 18명 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몇몇 선수는 자기와 맞지 않는 포지션도 소화해야 했다. 그러나 월드컵 엔트리는 23명이다. 23명은 각포지션마다 2명의 선수를 포함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이 있는 선수들이 중용될 것이다"고 했다.

홍 감독이 한국형 축구를 선보일 첫번째 무대는 2013년 동아시아선수권대회다. 홍 감독은 예상대로 젊은 선수들로 명단을 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명단에 포함될 선수들은 젊은 선수들이 될 것이다. 이들이 얼마만큼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확인할 것이다. 앞으로 월드컵 최종 엔트리를 선정하는데 있어 후보군이 커질수록 팀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베테랑들을 제외한 것에 대해서는 "그 선수들의 기량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이번 동아시아대회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지만 3~4일 정도 훈련하며 조직력을 극대화할 계획이다"고 했다. 홍 감독은 다음주 쯤 동아시아대회 최종 명단과 코칭스태프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홍 감독은 한국형 축구를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1일부터 2일까지 열리는 K.S.P는 이를 위한 일환이다. 5회째를 맞는 K.S.P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문 수비 선수 출신인 홍 이사장과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코칭스태프로 활약한 박건하 전 런던올림픽대표팀 코치를 비롯한 국가대표 출신 수비 선수들로 구성된 코칭 스태프들이 총출동했다. 1박2일 동안 중,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수비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노하우와 선진 수비 축구 시스템을 전수한다. K.S.P는 대형 수비수 부재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로 우수 수비 자원을 육성, 제2의 홍명보를 배출하기 위한 걸음마다. 벌써부터 성과가 나왔다. 터키에서 벌어지고 있는 2013년 FIFA 청소년월드컵(20세 이하)에 출전하고 있는 송주훈 이창민 등이 K.S.P 출신이다. 홍 감독은 "긴 시간 동안 함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미래의 한국축구 자원들이 이 시간을 통해 경기력이나 정신적인 측면에서 무언가를 느끼고 간다면 만족한다. 그 이후는 선수들의 노력에 달려 있다"며 웃었다.


시흥=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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