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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호의 22개월 여정, '출항부터 8회 연속 WC 본선까지'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3-06-18 23:00



태극호가 브라질로 가는 22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2011년 9월 시작된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과 최종예선을 거쳐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마무리가 아쉬웠지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뤘다. 우여곡절 속에서 지속된 긴 항해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대표팀 사령탑이 대한축구협회의 밀실행정으로 중도에 바뀌었다. 혼란 속에서 수차례 본선 진출 탈락의 위기도 맞았다.그러나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태극호는 목적지에 도달했다.


뜻밖의 여정…조광래 감독의 경질

태극호의 첫 출항은 산뜻했다. 2011년 9월 2일 고양에서 열린 월드컵 3차예선 1차전에서 레바논을 6대0으로 대파했다. 2~4차전까지 2승1무를 기록하며 순항하던 태극호는 레바논 원정에서 1대2로 패한 이후 강력한 태풍에 좌초 위기를 겪게 된다. 2011년 12월에 분 태풍의 진원지는 대한축구협회였다. 협회가 레바논 원정에서 패하고 돌아온 조광래 대표팀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기술위원회의 논의는 없었다. 협회 수뇌부가 밀실 야합으로 조광래 감독을 내쳤다. 협회는 "월드컵 본선 탈락의 위기라 조광래 감독을 경질했다"고 밝혔다. 조광래호는 레바논에 패하기는 했지만 당시 3차예선 조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협회 수뇌부의 밀실 행정으로 조광래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사다난했던 최강희호

2011년 12월 21일, 최강희호가 출범했다. 조광래 전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강희 A대표팀 감독. 그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폭탄 선언을 했다. "최종예선까지만 A대표팀을 이끌겠다." 스스로 '시한부 감독'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종예선 진출이 불투명한 가운데 구원투수로 등장한 최 감독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A대표팀이 연속성 없이 흘러갈 것과 통솔력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컸다. 그런 가운데 태극호는 한국 축구 사상 최초로 '시한부 감독'의 지휘 속에 월드컵을 향한 항해를 이어가게 됐다.

최 감독의 행보, 참 다사다난했다. 우려의 목소리에도 부임 후 첫 관문이었던 쿠웨이트와의 3차예선 최종전 승리로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닥공(닥치고 공격)'을 앞세운 시원한 승리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잠시 뿐이었다. 2012년 5월, 에닝요(전북)의 귀화 문제로 집중포화를 맞았고 최 감독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험난한 최종예선 출항이 예고됐다. 이후에도 이동국(전북)과 박주영(셀타 비고)의 조합 활용에 대한 엇갈린 시선, 해외파-국내파간 갈등 등 숱한 풍파가 최강희호를 덮쳤다. 결국 최 감독은 박주영 카드를 아예 접었다. 순탄하지 않은 여정은 지속됐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이유로 구자철(아우쿠스부르크)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대표팀에서 제외하자 다양한 해석이 나오면서 마지막까지 '분위기 논란'에 휩싸여야 했다.


'로드 투 브라질' 항해를 끝내다


최종예선 첫 두 경기서 카타르(4대1)와 레바논(3대0)을 연파하면서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과의 원정 3차전에서는 2대2 무승부에 그치면서 주춤하더니 한 달 뒤 이란 원정에서는 0대1로 패하면서 B조 선두 자리를 내놓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결과보다 졸전을 거듭한 경기력이 질타를 받았다. 애제자 이동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유럽파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최 감독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추가시간의 기적'이 최강희호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3월 26일 안방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5차전에서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손흥민(레버쿠젠)의 극적인 결승골로 승리를 거두며 첫 번째 고비를 넘어섰다. 조광래호 침몰의 원인을 제공한 레바논 원정에서도 추가시간에 터진 김치우(FC서울)의 동점골로 간신히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졸전은 이어졌지만 운이 따랐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예선 7차전에서 자책골 덕분에 1대0으로 승리를 거두며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그리고 이란전을 끝으로 '로드 투 브라질'의 긴 항해가 막을 내렸다.

22개월의 항해 중 18개월간 태극호를 진두지휘한 최 감독은 말한대로 대표팀 옷을 벗고 전북으로 돌아간다. 지친 몸과 마음을 추수릴 틈도 없이 23일 전주에서 열리는 복귀식을 통해 '봉동이장'으로 거듭난다. 조광래호→최강희호로 이어진 긴 항해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루고 이제 역사로 남게 됐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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