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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만 하지 않다는 데 이견이 있을까. 새로운 강호들이 여기저기서 명함을 내미는 동안 브라질은 FIFA 랭킹 22위까지 곤두박질쳤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2011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그리고 지난해 런던 올림픽에서도 속 시원할 만큼의 성적을 내질 못한 그들에게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은 많은 것을 증명해 보일 무대임이 틀림없었다. 그 첫 상대는 일본, 결과는 3-0 완승. 스코어상으로는 상대를 아주 사뿐히 가볍게 지르밟았는데, 그 속 내용을 파헤쳐보자면 마냥 만족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상대적인 경기력이야 클래스의 차이로 말할 것도 없었지만, 절대적인 기준치로 보자면 아쉬움이 꽤 남았을 경기다.
일본전에서 꼭 언급하고 싶은 부분은 브라질의 수비형 미드필더 지점이다. 먼저 수비적인 측면에서라면 다비드 루이즈의 넓은 활동량이 눈길을 끌었다. 소속팀 첼시에서처럼 특정 타이밍에 저돌적으로 전진해 상대가 돌아서지 못하게 하는 플레이는 일본 공격의 열쇠를 쥐고 있는 혼다를 괴롭히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다만 혼다보다 클래스가 뛰어난 공격형 미드필더와의 싸움에서도 이렇게 도전적으로 싸울 수가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질문도 던져볼 수 있었다. 상대가 정교한 볼 터치로 등을 지고 돌아서는 데 성공한다면 마르셀로와 알베스의 커버만으로는 티아고 실바를 보조하는 데 역부족일 수도 있을 터. 이러한 균열을 막기 위해 단테 카드를 꺼내볼 수도 있는데, 일본보다 높은 클래스의 공격을 펼칠 멕시코전, 이탈리아전을 차례로 지켜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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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일본의 경기 운영이 기본적으로 수비적인 색깔을 갖고 있긴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브라질'에서 '브라질'을 상대하는 동안 문 활짝 열어가면서까지 무리하게 나올 팀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내년도 월드컵처럼 단기 대회인 경우엔 더더욱 그렇다. 일본은 공격진들이 간격을 촘촘히 유지하며 수비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고, 엔도-하세베 라인은 마냥 물러나기보다는 꽤 높은 선까지 올라와 라인 간격을 조절해 생갭다 탄탄한 수비 블럭을 구축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로라하는 브라질 공격진이 이 진영을 무자비하게 부수고 상대 페널티 박스로 접근하는 장면이 기대만큼 나오지 못했다는 건 꽤 자존심 상할 일이었다.
이런 일본을 상대로 브라질이 공격을 시작한 지점은 대부분 중앙선 아래 깊숙한 곳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후방에서 패스 줄기를 뿜어낼 플레이메이커가 없어 네이마르-오스카-헐크를 둔 1.5선으로 볼 투입이 제대로 안 됐다는 점이다. 또 이 과정에서라면 비단 구스타보-파울리뉴만을 탓할 것이 아니라 간격을 좁히고 패스 루트를 늘려야 했던 1.5선의 움직임에도 상당한 질책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필드 플레이어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없자 무의미한 횡패스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고, 곧장 볼을 처리하지 못하고 개개인이 볼을 소유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패스를 받은 선수가 두 발을 모두 땅에 붙이고 있는 동안 공격 템포는 다 잡아먹혔으며, 그렇다고 전반 중후반부터 프레드를 겨냥해 몇 차례 시도한 롱볼이 뾰족한 대안을 제시했던 것도 아니다.
간혹 일본의 공격을 끊어낸 뒤 조금 더 윗 진영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장면도 나왔다. 하지만 최전방에 프레드를 두고, 네이마르-오스카-헐크로 받친 공격진에서의 연계가 내는 시너지 효과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것이 문제였다. 이 진영에서 볼을 소유하며 공격을 이어나가야 좌우의 마르셀로와 알베스까지 올라와 볼 없는 움직임으로 상대 수비를 흔들어놓을 여력이 생길 텐데 그러한 유기적인 움직임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다. 게다가 역습 플레이마저도 마지막 오스카가 만들어 조가 터뜨린 쐐기골을 빼고는 그다지 매섭지는 못했다. 이렇듯 공격 전개에 전성기 당시의 호나우지뉴나 카카처럼 스페셜한 마법사가 없다는 점은 브라질이 이번 대회 기간은 물론 1년 뒤 본선까지 끊임없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