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최후 승부, 2막 최강희 감독의 '007 작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6-16 17:57 | 최종수정 2013-06-17 08:06


이란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을 앞둔 A대표팀이 13일 파주 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가졌다. 훈련 전 선수들이 런닝을 하며 워밍업을 하고 있다.
파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꽁꽁 숨었다. 최강희호가 '철통보안'을 유지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16일 국내 취재진에 훈련 시간과 장소를 모두 숨겼다. 스포츠조선 취재 결과, 최강희호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전 대비 훈련을 실시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오후 5시 30분에 숙소인 울산 롯데호텔 로비에 집결해 대표팀 전용 버스에 탑승, 10분 뒤 출발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감독님께서 전력 노출을 극도로 꺼리신다. 이란전 필승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의외다. 최강희호는 브라질행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승점 14점(4승2무1패·골득실 +7)을 기록, A조 1위에 포진해 있다. 이란에 비기기만해도 조 1위로 브라질행 티켓을 거머쥔다. 패하더라도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 골득실차가 워낙 커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최 감독은 '007 작전'을 택했다. 왜일까.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이란에 되돌려줄 것이 있다. 지난해 10월 원정에서 안은 0대1 패배의 아픔이다. 이란의 텃세에 곤욕을 치렀다. 최 감독은 11일 우즈벡전(1대0 승) 후 "이란이 조금 더 밉다. 원정가서 푸대접 받은 것을 기억한다. 이란에 아픔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특히 이란은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한국전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에 패하고, 우즈벡이 최종전에서 카타르를 꺾으면 조 2위가 바뀐다. 이란은 3위로 떨어져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최 감독은 이란을 플레이오프로 떨어뜨리겠다는 각오다. 그래서 꼭꼭 숨었다. 국내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훈련 시간과 장소 노출을 막아 A대표팀 전력 탐색에 나선 이란대표팀에 혼돈을 일으키려는 의도다. 대표팀 관계자는 "15일에도 이란대표팀 관계자들이 훈련장에 나타났다. 이젠 아예 상대가 전력 탐색을 할 수 없도록 한 감독님의 전략인 것 같다"고 했다.

최 감독의 '007 작전'은 끝까지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조치로도 보여진다. 최 감독은 한국의 자력 진출을 굳게 믿고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이 최 감독의 생각이다. 최 감독은 이란전 베스트11을 확정하지 않았다. 16일 훈련까지 지켜본 뒤 이란전 출전 선수를 추려내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곽태휘 김남일 등 부상 선수들의 회복 속도와 대체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해 최상의 조합으로 이란을 맞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런데 다양한 실험들이 외부의 시선으로 기정사실화되면 선수단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해 질 수 있다고 판단한 듯 하다.

1막 '설전'에 이어 2막 최 감독의 '007 작전', 한국과 이란의 최후 승부는 경기 전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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