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 이동국의 힐링매치 될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6-16 21:27 | 최종수정 2013-06-17 08:00


◇이란전 원톱으로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이동국의 활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동국이 지난 6일 파주NFC에서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고 있다. 파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이동국(34·전북)이 과연 이란 격파의 선봉장 역할을 할까.

이란전 원톱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이동국의 활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동국은 1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이란과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최종전에서 원톱으로 선발 출전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김신욱(25·울산)과의 경합이 예상되나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경험 면에서 한 수 위인 이동국을 선발로 낼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경험 뿐만이 아니다. 이동국은 현 대표팀 구성에서 이란을 가장 잘 아는 선수 중 한 명이다. 2000년 10월 23일 레바논아시안컵 8강전에선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전반 10분 통렬한 결승골을 터뜨리면서 승리의 주역이 됐다. 2004년 중국아시안컵 8강전에서는 비록 패하긴 했으나, 이란의 골문을 열면서 킬러 본능을 과시했다. 올림픽대표팀 시절인 1999년 2월 5일에는 베트남에서 열린 던힐컵 준결승에서 골문을 열기도 했다. 이란전을 앞두고 있는 23명의 선수 중 이란전에서 골맛을 본 선수는 이동국과 김남일(36·인천) 단 두 명 뿐이다. 공교롭게도 A매치에서 두 선수 모두 두 골씩을 넣었다. 부상으로 출전 여부가 불투명한데다 수비형 미드필더 임무를 맡고 있는 김남일보다는 최전방 해결사인 이동국에게 눈길이 쏠린다.

활약의 기운은 충분히 감지된다. 레바논전의 기억은 우즈벡전에서 떨쳐냈다. 이동국은 우즈벡전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 채 상대 수비에 둘러싸여 겉돌던 레바논전의 모습과 달리 2선으로 적극적으로 내려와 볼 배급 및 수비에 주력했다.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는 역할을 하면서 2선 공격진에게 찬스를 열어줬다. 주연보다는 조연이 되는 길을 택하면서 팀의 1대0 승리를 지켜냈다. 좌우에 포진한 손흥민(22·레버쿠젠) 이청용(25·볼턴)과의 콤비 플레이도 나쁘지 않았다. 김신욱의 포스트플레이까지 더해진다면 이동국은 보다 많은 찬스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전은 이동국에게 '보은의 승부'이기도 하다. 최 감독은 이 경기를 끝으로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로 복귀한다. 이동국에게 최 감독은 제2의 축구인생을 열게 해 준 장본인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미들즈브러와 성남 일화에서 잇단 실패 속에 처져 있던 어깨를 보듬어 준 게 최 감독이었다. 이동국은 최 감독과 함께 두 번이나 K-리그를 정복했고, 생애 첫 득점왕 타이틀까지 달았다. A대표팀에서 부진할 때도 최 감독은 항상 이동국의 방패였다. '이란전 결승골'은 이동국이 4년 동안 최 감독으로부터 받았던 사랑을 보답하기에 충분한 선물이다.

다사다난했던 브라질로 가는 길이었다. 찬사와 비난을 한몸에 겪은 이동국에게도 남다른 감회에 젖을 만한 승부다. 힐링매치가 될 지, 쓴 추억이 될 지는 90분 경기가 끝난 뒤 판가름 날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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