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손흥민' 클럽과 A대표팀의 간극에 허덕이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6-11 22:21


11일 오후 서울월드컵구장에서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손흥민이 우즈벡 하이다로프에 앞서 볼을 따내고 있다.
상암=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6.11.

클럽과 A대표팀은 분명 달랐다. 세계 최고 선수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도 한동안 이 간극에 빠져 고생했다. 손흥민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날 기자회견까지는 당찼다. 최강희호 막내 손흥민은 선발 출격을 명받았다. "형들과 즐기면서 경기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팀 승리를 위해 한 몸 희생하겠다"고도 했다.

사실 손흥민으로서는 잃을 것이 없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는 인정받는 자원이다. 12골을 넣으며 득점랭킹 9위에 올랐다. 그러나 A대표팀에서는 조커에 불과했다. 이 경기에 앞서 3번 선발 출전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중심이 아니었다. 모두 다 A대표팀 내에서 분위기 전환 차원이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최강희호는 골결정력 부족이라는 비판에 시달리고 있었다. 최 감독은 '해결사'로서 손흥민을 최전방에 투입했다. 일생 일대의 기회였다.

하지만 최전방 손흥민은 아직 2% 부족했다. 일단 경기의 무게감에 압도됐다. 최강희호는 2위 우즈베키스탄과 골득실차에서 앞선 살얼음판 1위였다. 승리가 필요했다. 최전방인만큼 공격포인트를 기록해야만 했다. 더욱이 홈경기 첫 선발이었다. 경기 전 선수 소개 시간에 가장 많은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21세의 어린 손흥민에게 다소 버거울 수 있는 큰 부담이었다. 몸이 다소 무거웠다.

카시모프 우즈베키스탄 감독이 놓아둔 덫에 발목이 잡혔다. 카시모프 감독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에 대해 "단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고 했다. 손흥민 요리법을 알고 있었다. 앞에서는 중앙 수비수들이 막아섰다. 뒤에서는 하이다로프 등 수비형 미드필더들이 달라붙었다. 손흥민은 우즈벡 선수들이 만든 사각형의 함정 속에 걸려 힘도 쓰지 못했다.

'최전방 손흥민'은 딱 한 순간 반짝였다. 전반 18분 김신욱이 최전방에서 볼을 떨구어주었다. 이근호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침투했다. 손흥민은 논스톱 왼발 패스로 연결해주었다. 이근호가 놓쳤다. 5만여 관중이 땅을 친 순간이었다.

희망도 있었다. '측면 손흥민'은 합격점이었다. 후반 20분 최 감독은 이근호를 빼고 이동국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왼쪽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덫에서 빠져나왔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몸놀림이 가벼워졌다. 개인기로 치고 들어가면서 찬스를 만들어냈다. 화려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최강희호 전체에 큰 힘을 불어넣었다.

고칠 점도 보였다. 다소 과한 욕심이다. 분명 클럽에서는 장점이다. 손흥민은 찬스가 왔을 때 저돌적이다. 반 박자 빠른 슈팅으로 상대 골문을 공략한다. 클럽에서는 '다음 기회'가 있다. 하지만 A매치는 다르다. 찬스를 놓치면 되돌리기 어렵다. 몇 차례 찬스에서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를 보지 않고 슈팅한 점은 분명 큰 아쉬움이다.
상암=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