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전이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 경기 전 양 팀 응원단의 분위기는 상반됐다.
우즈벡의 응원단은 축제 분위기였다. 우즈벡은 사상 첫 월드컵 진출 꿈을 꾸고 있다. 정부가 나서 전폭적인 지원을 할 정도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브라질행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었다. 설령 패하더라도 카타르와의 홈경기가 남아있다. 이러한 분위기는 응원단에도 반영이 됐다. 남쪽 스탠드 하단에 위치한 500여명의 우즈벡 응원단은 경기 시작 1시간전부터 즐기며 응원을 하는 모습이었다.
위기의 순간 팬들이 나섰다. 무려 5만69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지난 레바논 원정경기에서 최강희호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것이 오히려 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경기 전 온라인을 통해 4만3000여장의 표가 팔렸다. 5만699명은 최강희호 출범 이후 최다 관중이다. 서울에서 처음 치렀던 3차예선 쿠웨이트전에 4만 6551명이 들어찬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비만 아니었더라면 지난 2011년 10월 일본과 친선경기에서 세웠던 6만2503명 기록 경신도 가능했다.
선수단 등장 전까지 긴장감은 지속됐다. 팽팽한 긴장감은 선수단 등장과 함께 응원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평소보다 더 큰 함성이 이어졌다. 특히 이날 경기의 키플레이어로 꼽힌 이청용(볼턴)과 손흥민(함부르크)이 소개될때는 장내가 떠나갈 듯 했다. 초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지만 팬들은 계속해서 응원을 보냈다. 한국이 좋은 장면을 만들때는 함성이, 우즈벡의 거친 플레이나 애매한 판정이 이어지면 야유가 터졌다. 경기 전 뜨거운 응원을 보내던 우즈벡 응원단은 한국팬들의 함성에 기가 눌린 듯한 모습이었다.
평소 점잖았던 최강희 감독도 터치라인까지 나와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날 경기의 가장 큰 함성은 전반 43분 터져나왔다. 모두가 골을 바라던 순간 우즈벡의 자책골이 터졌다. 경기에서 뛰는 선수도, 벤치 멤버들도, 그라운드 밖에서 응원을 보내던 관중들도 함께 골의 기쁨을 나눴다. 팬들의 응원은 후반에도 그칠줄 몰랐다. 심판의 휘슬이 들리지 않았다. 부진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이동국(전북)이 교체투입되는 순간 더 뜨거운 함성을 보냈다. 이번에는 꼭 한국을 구원해주라는 당부의 함성이었다.
위기의 한국축구,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팬들의 힘이었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