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높은 곳을 보고 싶다."
K-리그 클래식에서 드러난 기량은 허상이 아니었다.
이명주의 선발출전은 '파격'이었다. 당초 더블볼란치의 한 자리는 김남일(36·인천)의 몫이었다. 이명주는 레바논전에서 벤치를 지키면서 선배들의 활약을 지켜볼 뿐이었다. 우즈벡전을 하루 앞두고 기회가 찾아왔다. 김남일이 햄스트링을 다쳐 출전이 힘든 상황에 놓였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고심 끝에 이명주를 선택했다. 파워풀한 역습능력을 갖춘 우즈벡을 상대하는데 경험이 일천한 이명주의 투입은 일종의 도박이었다. 프로 신인왕에 2년차 징크스가 무색할 만큼 포항에서 좋은 플레이를 펼친 이명주지만,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부담감을 이겨낼지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최강희호의 도박은 1대0 승리라는 성공으로 귀결됐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명주는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많은 팬들 앞에서 경기를 치른게 감동적이다." 그는 "하루 전 선발출전 소식을 들었다"면서 "많이 긴장했던게 사실이다. 최 감독으로부터 '실력이 있으니 적극적으로 하라'는 말을 들었고, 주변에서도 많이 조언해줬다. 압박에 주력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처음 치고는 나쁘지 않았던 경기였던 것 같다"며 "이제는 더 높은 곳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 18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란과의 최종예선 최종전은 이명주가 '전국구 스타'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이다. 우즈벡전의 성과에 호기를 부릴 만도 했다. 그러나 겸손했다. "그저 열심히 한다는 생각 뿐이다." 상암벌에 한국축구의 새로운 별이 떴다.
상암=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