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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적과 영웅의 경계, 최강희호에 필요한 철학은 '파부침주'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6-09 15:49 | 최종수정 2013-06-10 08:21


레바논과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1대1 무승부로 경기를 마친 A대표팀 선수들이 6일 파주 축구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을 가졌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과 최종예선 7차전을 앞두고 있다.
최강희 감독이 훈련 전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파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06/

선택된 자만이 월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 울분과 재기, 영광, 희망이 어우러진 역사였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첫 본선 무대를 밟은 후 무려 32년을 기다렸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빛을 봤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7차례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다.

8회 연속 월드컵 문을 두드리는 최강희호가 경계에 섰다. 영웅이냐, 역적이냐. 종착역이 임박했다. 한국은 1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베키스탄(이하 우즈벡)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른다. 이어 18일 오후 9시 울산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최종전을 갖는다.

최강희호는 승점 11점(3승2무1패)으로 A조 선두에 포진해 있다. 우즈벡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한국 +6, 우즈벡 +2)에서 앞섰다. 이란은 승점 10점(3승1무2패)으로 턱밑에서 추격하고 있다. 각조 1, 2위가 본선에 오른다. 3위는 험난한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한다.

아직 축포를 터트리기에는 이르다. 홈이점을 안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우즈벡, 이란을 상대로 1승1무를 거둬야 자력으로 본선에 오를 수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이다. 일단 우즈벡부터 잡아야 한다.

레바논전(1대1 무)은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졸전의 덫에 갇혀 있을 여유가 없다. 자심감을 되찾아야 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3년 전이었다.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에서 그리스를 2대0으로 꺾은 허정무호는 2차전 아르헨티나전에서 1대4로 대패했다. 나이지리아와의 최종전을 앞둔 허정무 감독은 사생결단 각오를 밝혔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파부침주(破釜沈舟)의 심정으로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파부침주는 밥 지을 솥을 깨뜨리고 돌아갈 때 타고 갈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이다. 살아 돌아오기를 기약하지 않고 결사적 각오로 싸우겠다는 출사표다. 승리가 간절했기에 허정무호는 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일궈냈다.

최강희호에 필요한 것이 파부침주의 철학이다. 최 감독은 "우즈벡전은 결승전처럼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준비할 것이다. 정상적으로 경기를 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태극전사들도 이구동성으로 "우즈벡에 패하면 월드컵에 못 나갈 수 있다.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했다. 현실로 연결돼야 한다.

퇴로는 없다. 한국 축구사는 다시 한 번 그들을 위한 페이지를 준비중이다. 우즈벡전에서 모든 것이 걸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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