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첫 레전드 베스트 11, 구구절절한 사연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5-30 16:53 | 최종수정 2013-05-31 10:08



1983년부터 2012년까지, 한 세대의 역사를 담았다.

프로축구연맹이 30일

'K-리그 30주년 레전드 베스트11'을 공개했다. 30년 만의 첫 레전드 선정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 2000년대, 시대를 초월한 최고의 얼굴들이 선정됐다.

K-리그 30년을 빛낸 베스트 플레이어, 저마다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겼다. 으뜸 수문장은 신의손(44.9%·53·부산 골키퍼 코치)이었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그는 1992년 K-리그에 데뷔, 골키퍼 포지션의 혁명을 이끌었다. 외국인 골키퍼 바람을 일으켰다. 4차례 베스트 골키퍼에 선정됐다. 신의손은 이운재(42.3%·40)와의 경합에서 간발의 차로 웃었다.

수비라인에는 홍명보(21.2%·44·전 올림픽대표팀 감독) 김태영(12.6%·43·울산 코치) 최강희(10.9%·54·A대표팀 감독) 박경훈(9.3%52··제주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홍명보는 수비수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았다. 축구 선수 홍명보는 인간 승리의 발자취다. 동북고 1학년 때의 그의 키는 1m60 남짓이었다. 합숙훈련을 하면서 우유에 밥을 말아 먹기도 했다. 남들은 웃을 일이지만 우유에 밥을 마는 심정은 처절했다. 오로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간절한 소원은 현실이 됐다. 고교 2학년 때 불과 몇 달 사이에 1m79까지 컸다. 베스트 멤버로 기용된 것도 그때부터다. 그러나 엘리트 코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청소년대표를 들락날락했지만 제대로 된 세계대회 한 번 출전하지 못했다. '미완의 대기'였다.

20세 때인 1989년 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다. 터닝포인트였다. 1992년 환희가 찾아왔다. 1991년 대학을 졸업한 그는 드래프트 신청을 포기했다. 직업 선택의 굴레에서 자유를 선택했다. 1992년 원하던 포철(현 포항)에 입단, 비로소 K-리그에 데뷔했다.

23세의 어린 나이지만 그는 달랐다. 포철의 철벽 수비라인을 이끌며 팀의 우승을 일궈냈다. 신인상과는 격이 맞지 않았다.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신인 선수가 MVP(최우수선수)에 오르는 영예를 누렸다. 팬들의 눈에도 홍명보였다. 홍명보는 팬투표에서도 전체 유효표 10만2189표 중 9만7450표를 얻어 최다득표를 기록했다. 홍명보는 수비수 부문 4차례, 미드필더 부문에서 1차례 베스트 11에 뽑혔다. 수비에서 함께 이름을 올린 최강희와 박경훈은 1986년과 1988년 K-리그 MVP의 영예를 안았다. 김태영은 2차례 베스트 수비에 뽑혔다.


어느 포지션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중원은 유상철(11.7%·42·전 대전 감독) 김주성(11.5%·47·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 서정원(10.5%·43·수원 감독) 신태용(9.9%·43·전 성남 감독)이 꿰찼다. '멀티플레이어' 유상철은 수비, 미드필더, 공격 부문에서 각각 한 차례씩 베스트 11에 선정됐다. 김주성은 1987년 신인상, 1997년 MVP로 뽑힌 당대 최고의 스타였다. 서정원은 3차례 미드필더 부문 베스트 11으로 발탁됐다. 신태용은 기록의 사나이였다. K-리그 기록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401경기에 출전, 99골-68도움을 기록한 그는 9차례 베스트 11, 1992년 신인상, 1995년과 2001년 MVP, 1996년 득점상까지 거머쥐었다.

최고의 투톱 영예는 황선홍(29.1%·45·포항 감독)과 최순호(17.3%·51·FC서울 미래기획단장)가 차지했다. 둘은 한 차례 베스트 11 공격수로 선정됐다. K-리그 기록상으로는 큰 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선이 굵은 축구에 지지를 받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후광은 여전히 유효했다. 홍명보 황선홍 김태영 유상철 등 무려 4명(36.4%)이 레전드에 선정됐다.


'K-리그 30주년 레전드 베스트11 선정 투표'는 프로축구 출범 3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다. 축구인 40%, 팬30%, 언론 30%의 비율을 반영, 100점 만점으로 환산했다.

영예의 레전드 베스트11에게는 6월 20일 열리는 'K-리그 30주년 기념 리셉션 및 비전 발표회'에서 기념 인증패가 주어진다. 다음날인 6월 21일 'K-리그 30주년 기념 K-리그 올스타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축구팬들과도 직접 만날 예정이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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