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자의 開口]레바논전, 꼭 풀어야 할 문제있다

신보순 기자

기사입력 2013-05-29 09:10


축구 국가대표팀이 다음달 5일 레바논과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 원정경기를 위해 레바논으로 출국했다. 대표팀 맏형인 김남일이 정인환의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있다.
인천공항=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대표팀이 떠났다. 28일, 레바논을 잡으러 나갔다. 꼭 승전보를 전해주리라 믿는다.

이제 종착역이다. 3연전만 남았다. 8회 연속 월드컵본선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일찌감치 결정지어줬으면 하는 게 팬들의 바람이다. 최강희 감독도, 선수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니 누구보다 더 절실히 원하고 있을 것이다.

뭐, 다들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벌써 앞으로의 일을 말한다. 차기 감독 문제는 일찌감치 불거졌다. 최종예선 뒤 물러난다는 최 감독의 마음에는 변화가 없다. 외국인 감독이야기도 나온다.

손자병법에도 이런 말이 있다. 전쟁에서는 지금과 다음을 모두 생각해야 한다고. 현재의 전쟁과 함께 그 승리를 발판으로 다음 전쟁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머리 속에 그려야 한다는 말이다. 미리 준비해서 나쁠 건 '당연히' 없다.

그런 면에서, 다음 전쟁을 위해 생각할 게 있다. 보고 싶은 게 있다.

구심점이다. 목표를 향해 똘똘 뭉쳐 나가는 힘을 느끼고 싶다.

뜬금없는 소리같기도 하다. 어쩌면 기자의 주관적인 느낌일 수도 있다. 그래도, '기우'이기를 바라며 한마디 하겠다.

3월26일, 카타르전이 있었다. 힘겹게 2대1로 이겼다. 내용에서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그 경기 뒤 이청용이 입을 열었다. "승리는 했지만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선수들이 느끼는 부분을 팬들도 충분히 느꼈을 것이다. 선수들간 호흡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축구를 보여주지 못해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경기 전에는 이런 말도 했다. "지난해 9월 우즈베키스탄전부터 대표팀에 합류했는데 이전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내가 다치기 전 대표팀은 활발하고 밝은 분위기였다. 우즈벡전을 앞두고 합류해서는 '팀에 대화가 부족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통의 문제를 언급했다. 호흡을 문제삼았다. 색깔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가지 결론이 나온다.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힘이 없다는 것이다.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2002년 월드컵대표팀을 떠올려 보자. 당시 취재현장에 풍긴 대표팀의 분위기는 '한마음'이었다. 고참과 후배들은 하나같았다. 바깥에서만 본 모습일 수도 있다. 그래도 끈끈하고 단단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뭔가 되겠다'는 믿음을 줬다. 구심점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끌고 미는 힘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 대표팀에 큰 문제가 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부족함이 구심점, 끌고 미는 힘이라는 생각이다.

이번 대표팀에 김남일이 합류했다. 2002년 월드컵 멤버의 복귀다. 당연히 그에게 바라는 역할은 맏형의 카리스마다. 팀의 중심이다.

김남일의 부담이 클 것이다. 그래도 이런 말을 했다. "2002년 당시 (홍)명보형이 대표팀에 합류했을 때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대단했다. 당시 명보형이 며칠동안 아무 말 없이 훈련을 지켜보더니 선수들을 다 모아놓고 한 마디 했다. 그 한 마디가 지금까지도 강한 카리스마로 남아 있다. 이번에 나도 그렇게 한 번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그 때 홍명보 전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한 마디는 "운동 똑 바로 안하냐"였단다. 욕설도 섞여 있었단다. 그런 분위기속에서 대표팀은 하나가 될 수 있었던 듯 하다. 김남일이 그런 역할을 잘 해 줄것으로 믿는다.

현재의 승리, 당연히 중요하다. 하지만 어떤 모습인가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앞으로를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이번 레바논전에서는 승리 이상의 무엇인가를 보여줬으면 좋겠다. 부족했던 2%를 채워줬으면 한다. 2002년의 향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
신보순기자 bssh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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