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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극장은 이제 그만!'
팬들은 즐겁지만, 감독과 선수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 그라운드 위 갱 없는 반전드라마를 축구팬들은 '극장'이라 칭한다. '블록버스터' 못지 않은 짜릿함이 있다. 5월 들어 FC서울엔 유난히 '극장'이 많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베이징 궈얀전에서 후반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11일 대전전 후반47분 하대성의 '버저비터' 결승골로 기사회생했다. 직전 제주전에선 2-0으로 편안하게 앞서가다 막판 역전까지 허용했다. 후반 인저리타임 1골씩을 주고받는 혈투를 펼쳤다. 김진규의 페널티킥 동점골이 작렬하며 4대4로 비겼다. 피말리는 전장에서 돌아온 최용수 서울 감독은 특유의 너스레로 속내를 드러냈다. "이러다 단명할 것같다"
최 감독은 '탐라대첩'의 교훈도 언급했다. 피말리는 승부속에서 배운 점이 많다. '이것이 축구구나'라는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 "4실점 중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이 나왔다. 마라냥 앞에 뚝 떨어진 공과 페드로의 등에 맞는 장면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그 공이 만약 우리쪽으로 떨어졌다면 순리적으로 승점을 가져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축구라는 것이 늘 일방적으로는 가지 않는다. 운도 작용한다. 인저리타임 4대4로 비기면서 '참 이런게 축구구나' 하는 희열을 느꼈다. 짧은 시간에 승부가 결정되고, 내일 또 도전하게 되고…"라며 웃었다.
단명을 부를 만큼 아찔한 승부속에서도 '무공해(무조건 공격해)' 축구를 향한 소신은 흔들림이 없었다."지루한 경기, 그런 축구를 하기로 작정하면 우리도 진짜로 잘한다. 그 카드는 절대로 꺼내들고 싶지 않다"고 했다. "개막전을 앞두고 K-리그 팬들을 위해 정말 공격적인 축구를 하자고 선수들에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좋은 축구를 하고 있다. 이기고 있을 때 실점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축구에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상황인 만큼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화끈한 공격축구 예찬론을 이어갔다. "더 재밌는 축구를 해야 한다. K-리그가 위기 아니냐, 유럽축구는 0-3으로 지고 있어도 추격골에 열광한다. 그런 장면들에는 감동이 있다. 우리도 좀 멀리 내다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의 '초지일관' 공격축구론엔 수비수들도 한마음이었다. 센터백 김주영 역시 "솔직히 말하면 좋다. 축구는 재밌고 즐거워야 한다. 지루한 경기는 선수들도 싫어한다"며 공감했다. 12경기에서 21골을 허용한 수비진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잘 알고 있었다. 최효진은 "수비가 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는 실점이 적다. 리그에서 실점이 많은 것은 수비보다 공격 중심으로 나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도 내려서기로 맘만 먹으면 진짜 실점 안할 자신이 있다"고 항변했다. "선수들이 영상을 많이 보고 열심히 공부하는 만큼 실점 부분은 틀림없이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8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는 전남을 상대로 필승 의지를 다졌다. 최 감독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로 규정했다. "홈에서 승리가 필요하다. 상대도 젊은피들의 힘으로 하나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호락호락하지 않지만 3주 휴식기동안 즐겁게 다음 라운드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이겨야 하는 경기"라고 말했다. "전남은 젊은 친구들로 이뤄진 좋은 팀이다. 홈에선 공격적으로, 원정에선 안정적으로 나선다. 개인 스쿼드만 비교했을 때 우리가 앞서는 건 사실이지만, 전북 수원의 예에서 보듯 축구는 모른다. 자칫 전남이라는 팀이름만 보고 접근했다가는 힘든 경기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긴장감을 늦추지 않았다. 서울과 전남의 대조적인 팀 컬러는 골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은 12경기에서 23골을 넣고 21골을 내줬다. 전남은 12골을 넣고 11골을 내줬다. 9위 전남(승점 15)과 10위 서울(승점 14)의 승점차는 딱 1점이다. '짠물수비' 전남을 뚫을 비책을 묻자 자신감을 표했다. "우리는 제주전에서 이미 보여줬다. 우리는 내려서는 수비에 적응돼 있다. 전남은 원정에서 많은 수비숫자, 강한 압박을 보여주는 팀이다. 전남은 비겨도 성공이지만 우리는 이겨야 한다. 한번의 찬스에 반드시 득점하겠다."
구리=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