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 클라시커' 2012~2013시즌 빅이어의 주인공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5-23 15:07 | 최종수정 2013-05-24 08:32


사진캡처=키커

세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더비 경기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간의 '엘 클라시코(El Clasico)'였다. 엘 클라시코는 명성과 실력 모든 면에서 축구의 클래식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이제 축구팬들은 새로운 이름을 기억해야 할지 모른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가 만들어갈 새로운 클래식, '데어 클라시커(Der Klassiker)'다.

2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12~201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은 전세계에 '데어 클라시커'를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과도 같다.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는 세계 축구를 양분하던 잉글랜드와 스페인 클럽을 완파하며, 유럽 축구의 중심이 독일로 넘어왔음을 선언했다. 독일 축구는 실력에 비해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최근 5년간 UCL에서 무려 3번이나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두번 결승에 오른 맨유와 바르셀로나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번 결승전은 '데어 클라시커'가 '엘 클라시코'를 넘는 세계 최고의 더비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생소한 '데어 클라시커', 그 역사는?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라이벌 관계는 199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50주년을 맞이한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무려 22회의 우승을 차지한 명문 중의 명문이다. 1990년대 들어 투자를 아끼지 않던 도르트문트는 1994~1995시즌과 1995~1996시즌 분데스리가 2연패를 차지하며 바이에른 뮌헨을 왕좌에서 끌어내렸다. 기세를 몰아 1996~1997시즌 UCL와 1998년 인터컨티넨탈컵(현 FIFA 클럽월드컵)을 차지하며 세계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도르트문트가 재정 위기를 맞았고, 다시 바이에른 뮌헨이 주도권을 잡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위르겐 클롭 감독과 젊은 선수들을 앞세운 도르트문트가 부활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데어 클라시커'의 서막을 열었다. 도르트문트는 2010~2011시즌과 2011~2012시즌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이에 바이에른 뮌헨은 심기일전, 2012~2013시즌 우승컵을 탈환했고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전쟁체제에 나섰다.

상반된 분위기의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바이에른 뮌헨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 출범 50년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28라운드만에 우승을 확정하며 역대 최단기간 우승 기록을 세웠다. 한 시즌 최다 승(29승), 최다 승점(91점), 최소 패(1패), 최소 실점(18골), 최다 골득실(+80), 시즌 최다 연승(14연승) 등 수많은 기록도 달성했다. 독일 클럽 최초의 트레블(리그, FA컵, 유럽챔피언스리그 3관왕) 달성이란 동기부여도 확실하다.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 최종전에서도 0-2로 뒤지다 4대3 역전승을 거두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다소 침울한 분위기다. 마리오 괴체가 시즌 도중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확정지으며 팬들의 분노를 샀고,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마츠 훔멜츠 등 주축 선수들의 빅클럽 이적설이 나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공격의 핵' 괴체가 허벅지 부상으로 결승전 출전이 좌절됐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의 '안티 바이에른' 정신을 무시하기 어렵다. 도르트문트는 바이에른 뮌헨과 만나면 가진 것 이상의 힘을 쏟아낸다. 최근 10번의 맞대결에서도 5승2무3패로 도르트문트가 앞서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은 하인케스와 클롭


양 팀 감독간의 지략대결도 눈길이 간다. 유프 하인케스 바이에른 뮌헨 감독(68)과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46)은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스타출신의 하인케스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한 후에도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바이에른 뮌헨, 레알 마드리드 등을 이끌며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반면 클롭 감독은 2부 리그를 벗어나지 못한 초라한 경력의 선수였다. 그러나 지도자로 변신한 뒤 2004년 마인츠를 사상 처음으로 분데스리가에 진입시키며 주목을 받았다. 2008년 도르트문트 부임 후 강력한 압박과 빠른 템포의 축구로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스타일도 다르다. 하인케스가 점잖은 반면, 클롭은 화려하다. 리그 최종전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린 하인케스 감독은 이번 결승전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다. 평소 스타일처럼 조용히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내는데 능한 클롭은 최근 독설가로 유명한 조제 무리뉴 감독에게 "나보다 더 말이 많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역사상 가장 뜨거운 결승전이 될 '데어 클라시커', 누가 '빅이어(유럽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올리든 변하지 않는 건 승자는 독일이라는 사실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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