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불꽃승부에 찬물 끼얹은 오심, 이게 뭡니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5-12 16:26 | 최종수정 2013-05-13 08:02


◇김완태 주심(오른쪽)이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강원-성남 간의 2013년 K-리그 클래식 11라운드 전반 33분 주의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웨슬리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성남 현영민의 프리킥에 이은 김태환의 득점이 이어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제공=강원FC

아마추어 경기에서도 보기 힘든 오심이 연발했다. 선수들 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관중석에서는 듣기 민망한 욕설이 난무했다. 한 관중은 경기감독관을 찾아가 "세상에 이런 경기는 처음 본다"며 삿대질과 욕설을 내뱉었다. 2013년 K-리그 클래식의 현주소다.

12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강원-성남 간의 클래식 11라운드는 '오심 종합선물세트'라고 불러도 좋을 만하다. 오심 한 방이 승패를 갈랐다. 한 번도 부끄러운데 실수 연발이었다. 전반 31분 첫 막이 열렸다. 김완태 주심은 성남 진영에서 파울을 범한 웨슬리에 구두주의를 주기 위해 손짓을 했다. 웨슬리가 김 주심 쪽으로 걸어가는 사이 성남 수비수 현영민이 잽싸게 강원 진영으로 프리킥을 찼다. 볼은 전방으로 쇄도하던 김태환에게 넘어갔고, 당황한 강원 수비수가 따라갔다. 뒤늦게 주심이 상황을 인지했으나, 달려가던 부심은 온사이드 사인을 냈다. 김태환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주심이 경기를 중단시키고 프리킥을 다시 찰 것을 주문하거나, 부심이 노골 사인을 낼 수 있다. 주심은 부심의 판단 만을 믿었고, 부심은 주심의 경기 진행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만 집중했다. 석연치 않았던 상황을 두 차례나 번복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한 셈이다. 김학범 강원 감독이 격렬히 항의했으나, 판정이 번복될 리 만무하다.

10여분 뒤에는 성남이 들고 일어났다. 전반 추가시간 김한윤 김성준의 패스를 받은 김동섭이 문전 정면에서 찬 슛이 크로스바를 맞고 떨어졌다. 육안으로 봐도 골라인을 넘긴 명백한 득점 상황이었다. TV 중계화면 리플레이에도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모두가 득점이라고 생각했으나 주부심의 생각은 달랐다. 그대로 전반을 마쳤다. 안익수 감독과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성남 프런트까지 매치 코디네이터 자격으로 경기장을 찾은 프로연맹 관계자에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주부심은 시선을 외면한 채 황급히 자리를 떠야 했다.

때마침 이운택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이 이날 경기를 관전 중이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붉게 상기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그 상황(골라인)을 바꿀 순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성남 선제골) 당시 상황은 주부심의 실수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주심이 2년차이기는 하지만, 부심들은 경험이 많은 이들인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꼴찌 강원과 이름값을 못하고 있는 성남 모두 현주소를 잊고 공격에 올인했다. 최근의 부진에 시름 깊었던 강원과 성남 팬 모두 박수를 쳤다. 리그 10경기 연속 무승(5무5패)에 그쳤던 강원이 첫 승을 신고하는 경사도 있었다. 하지만 승부처마다 오심으로 찬물을 끼얹은 심판진 덕에 이긴 강원이나 패한 성남 모두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안 감독은 경기 후 애둘러 심판 판정을 지적했다. "결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을 어떻게 가져가느냐가 중요하다. 이 부분을 심도있게 생각해 볼 만한 경기였다."

올 시즌 클래식은 전쟁 그 자체다. 최대 3팀까지 강등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매 경기가 결승전인 만큼 순간의 판정에 그만큼 예민할 수밖에 없다. 살벌한 분위기를 무시한 오심 퍼레이드는 시한폭탄과 같다. 경기 뿐만 아니라 리그 전체의 질을 하락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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