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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 웃지를 못하겠어요."
첫 승 고지가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서도 강원 구단 관계자들은 노심초사 했다. 그럴 만도 했다. 선제골을 넣어도 동점으로 따라잡히거나 역전 당한게 부지기수였다. 숨죽이며 그라운드를 바라보던 그는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비로소 두 손을 번쩍 들고 함성을 질렀다. 일부 강원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싸쥔 채 한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기나긴 인고의 시간이었다. 피말리는 강등 사투를 펼친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았다. 겨우내 영입과 훈련을 반복하면서 내실을 다졌다. 그러나 돌아온 성적표는 참담했다. 두 달 간 10경기를 치렀음에도 무승(5무5패)에 그쳤다. 지독히도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후반 막판까지 두 골차로 앞서다 10분 사이 세 골을 얻어맞고 쓰러진 서울전은 강원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집안사정도 나아진게 없었다. 지난해 벌어졌던 선수단 임금체불 문제가 반복됐다. 선수단 사기는 바닥을 쳤다. 클럽하우스에서 고사를 지내고 그라운드에 막걸리를 뿌리며 '골 좀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했던 지난해 악몽을 모두가 떠올렸다. 평소 스스럼 없던 김학범 감독조차 침묵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언젠가는 웃을 수 있지 않겠느냐. 기다려달라"고 선전을 다짐할 뿐이었다.
운은 따라주지 않는 듯 했다. 전반 중반 주부심의 실수로 성남에 선제골을 내준 뒤 급격히 경기력이 저하됐다. 전반 막판 실마리가 잡혔다. 지쿠의 페널티킥 동점골 이후 성남 김동섭의 슛이 골라인 안쪽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노골 판정을 받으며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결국 후반 11분 웨슬리의 역전 결승골이 터지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행운의 여신은 11라운드에서 그간 외면했던 강원의 손을 들어줬다.
김 감독은 비로소 희미한 미소를 되찾았다. "혼신의 힘을 다 했다. 양팀 모두 최선을 다 한 경기였다." 그는 "사실 (지도자 인생에) 10경기씩 못 이겨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내가 흔들리면 선수들이 흔들린다. 많이 감추려 했다.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첫 승을 올렸지만 갈 길이 멀다. 김 감독이 바라보는 강원의 미래는 어떨까. "이기면 다 좋아지는 것 아니겠는가, 선수들이 잘 느낄 것이다. 앞으로 잘할 것이다."
강릉=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