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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한테 '전남유치원'이라는데, 유치원은 좀 너무했죠.(웃음)"
하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선택을 존중한다. 그라운드에서 모든 걸 쏟아내길 원한다. 공식훈련은 최소화한다. 경기 후 회복 시간도 2~3일 충분히 준다. "나는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전남 선수 대부분은 스스로 개인훈련에 시간을 쏟아붓는다. 심동운 김태호 이재억 등은 선수단 안에서도 소문난 연습벌레다. 하루 3~4번 훈련도 마다 않는다. 코칭스태프 없이 20명의 선수가 나와 훈련을 놀이처럼 즐길 때도 있다. 진풍경이다. 선수들끼리 '훈련량'을 경쟁한다. '운동중독' 김태호는 "훈련장에 내가 1등으로 가야한다. 누가 먼저 와 있으면 종일 기분이 안좋다"고 털어놨을 정도다. 물론 코칭스태프들은 남몰래 훈련상황을 점검하고, 보고한다. 하 감독은 "코치들이 귀띔해주는 내용을 근거로, 잘 준비된 선수를 당일 깜짝 엔트리에 내세울 때도 있다. 그럴 땐 아마 기분이 찢어질 것"이라며 웃었다.
어린 전남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대화를 가장 많이 하는 팀 중 하나다. 선수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수신호를 건네고, 가장 많이 격려하고 소리친다. 그라운드는 늘 시끄럼다. 훈련이 끝난 후 봄 햇살이 내리쬐는 광양 잔디위에 삼삼오오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경남전 직후 전현철 이종호 심동운 박준태 이현승 등 전남 공격라인은 스스로를 돌아봤다. "경남전 같은 경우 1-0에서 우리가 더 넣어줬어야 한다. 넣을 걸 못넣었다. 잘하고 있는 수비한테 미안하지 않도록 우리가 더 잘하자"고 결의했다.
하석주식 자율훈련의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최근 '에이스' 이현승은 '운동벌레' 심동운과 슈팅, 패스 연습에 골몰했다. 하 감독은 "이현승은 우리팀의 에이스"라는 말을 자주 한다. "몇달만 심동운을 따라다녀보라"는 하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였다. 서울, 전북 시절 영리한 패스와 날선 킥으로 촉망받았던 천재형 미드필더가 부지런해졌다. 경남 원정에서 팀에 값진 승점 3점을 선사한 첫골은 부단한 개인훈련의 결과다. 8경기에서 1골3도움을 기록한 이종호 역시 개인훈련의 즐거움에 빠졌다. 이동국, 데얀의 골 장면 비디오를 수십번씩 본다. 그라운드에서 이슬찬 이중권 등 선후배들과 미니게임을 하며 비디오 내용을 복기한다. 매 경기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비결이다.
11일 오후 3시 광양전용구장에서 '강호' 전북과 맞붙는다. 전남은 최근 전북과의 3경기에서 2무1패로 무승이다. 그러나 내용면에선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전북 원정에선 1대1로 비겼고, 7월 28일 홈 경기에선 2대3으로 졌다. 전남 선수들은 전북전을 고대하고 있다. 상승세의 인천, 성남과 잇달아 비겼고, 원정에서 경남을 잡았다. FA컵 승부차기 승리후 "운까지 따른다"는 기분좋은 분위기가 팽배하다. 두려움보다 기대가 크다. 전남의 능력을 드러낼 '진검승부'의 첫 무대로 기대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