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행보' 이천수, 결자해지 시간이 왔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3-05-02 15:14 | 최종수정 2013-05-03 12:23


31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2013 프로축구 대전과 인천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이 끝난 후 인천 이천수가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인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3.31.

결자해지(結者解之 : 매듭을 묶은 자가 풀어야 한다. 일을 저지른 사람이 일을 해결해야한다는 뜻)의 시간이 왔다. 몇 년간 한국 축구를 떠들석하게 했던 이천수(인천)가 드디어 그 시작점과 마주한다. 5일 이천수는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수원과의 K-리그 클래식 10라운드 원정경기에 나선다.

2008년 7월이었다. 이천수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년 전 이천수는 진통 끝에 울산에서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했다. 하지만 적응에 실패했다. 페예노르트는 이천수를 전력외로 분류했다. 수원으로 임대 보냈다.

이천수 사태의 시작이었다. 밖에서 새는 바가지는 안에서도 샜다. 입단 5개월만인 그해 12월 이천수는 수원 선수단과 다툰 뒤 팀을 떠났다. 수원은 이천수를 임의탈퇴로 처리했다. 박항서 전남 감독이 나섰다. 협상 끝에 이천수는 2009년 전남으로 이적했다.

이천수는 2009년 전남에서도 사고를 쳤다. 코칭스태프와 부딪힌 뒤 팀을 나왔다. 전남도 이천수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이천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전전했다. 지난해에는 어느팀과도 계약을 하지 못했다. 다시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에 행동을 바꾸었다. 지난해말부터 전남을 찾아 사죄의 뜻을 전했다. 주말마다 광양에 내려와 지역 내 아동센터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쳤다. 홈구장에 3차례 나타나 팬들 앞에 고개 숙이고 사과했다. 올해 초 전남은 이천수의 임의탈퇴를 풀었다.

인천에 둥지를 튼 이천수는 '사죄 행보 중'이다. 16일 전남과의 홈경기에서 풀타임을 뛰었다. 경기 후에는 전남 서포터쪽으로 찾아가 사죄 인사를 했다. 28일에는 울산을 찾았다. 이천수는 2002년 울산에 입단했다. 2003~2005년까지 스페인에서 활약한 이천수는 울산으로 복귀해 2007년까지 뛰었다. 2005년 울산의 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진정한 친정이었다. 이천수는 이날 울산을 상대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 후 이천수는 울산 서포터들에게 달려가 인사했다. 서포터들은 울산 시절 이천수의 개인 응원가를 불렀다. 'K-리거 이천수가 보고 싶다'는 플래카드도 내걸었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이제 수원만이 남았다. 이천수와 수원의 관계는 공식적으로 일단락지만 당시의 앙금까지 모두 사라지지는 않았다. 일단 분위기는 좋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2일 이천수에 대해 "워낙 가진 기량이 좋은 선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그동안 아픔을 겪었다. 그라운드에서 뛰려는 열망이 컸다. 운동하는 후배로서 그런 아픔을 딛고 좋은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는 것에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다만 수원 서포터들까지 이천수를 환영해줄 지는 미지수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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