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성남, 포항 원정서 살아나려면?

김준석 기자

기사입력 2013-05-03 12:08 | 최종수정 2013-05-03 12:09


성남일화 김동섭이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홈에서 전북, 서울을 차례로 깨고, 호랑이굴로 들어가 울산까지 잡아낸 성남. ACL을 병행하는 전북과 서울이 시즌 초반 많은 이들이 점쳤던 것만큼의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1무 3패'로 하위권에 처져있던 이들에겐 더없이 값진 결과였다. 그랬기에 4월 들어 무패 행진을 달려오던 전남을 홈으로 불러들인 지난 주말도 성남의 4연승 점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앞선 세 경기에서 보여준 성남만의 색깔은 다소 연해졌고, 0-0 무승부를 그치며 연승의 기세는 '살짝' 주춤했다. 이들이 포항전에서 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 전남전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지난 전남전에서도 김한윤의 역할을 상당히 컸다. 중원의 처진 위치에 자리한 이 선수 덕분에 앞선에 기용된 김철호-김성준 라인의 수비적 부담은 크게 줄었다. 수원과의 올 시즌 개막전에서 김철호-김성준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놓고 앞선에 황의조를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한 전형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성남은 김한윤과 함께한 과정에서 3연승을 챙기기도 했다. 김한윤이 수비 진영에서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수비 라인까지 내려가 수비벽을 두껍게 쌓았고, 적절한 전진 패스를 뿌려준 덕분에 앞선에 두 선수는 그들이 갖춘 공격력을 극대화해 '미들라이커'로서의 능력도 살릴 수 있었다.

다만 전남전 같은 경우 지난 3연승의 기세와는 달리 김한윤의 지원을 업고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 못했음을 짚어봐야 한다. 이승희-김영욱이 버티고 있었던 전남의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은 "원정에서 딴 승점 1점도 만족한다. 우선은 실점을 해선 안 된다."던 하석주 감독의 말대로 과감하게 치고 올라가기보다는 조금은 지키는 형태를 띠었다. 성남을 상대로 미드필더진을 올려 득점에 열을 올렸던 전북, 서울, 울산전만큼 중원에서의 공간이 생기질 않았고, 김철호-김성준 조합으로는 볼을 점유할 수는 있었지만 그 이후 전남의 중앙 수비까지 무너뜨릴 정도의 세밀하고도 결정적인 동작이 나오질 못했다.


사진제공=포항 스틸러스
이번엔 4월에 치른 10경기 동안 주전 멤버들을 지독히도 고집했던 포항을 상대로 한다. 뛰어난 개개인의 능력에 조직력까지 가미돼 훌륭한 미드필더진을 보유한 팀으로 평가 받았으나, 체력적인 부담이 더없이 크거니와 에이스 역할을 해냈던 이명주가 경고 누적으로 빠지고 황지수와 김태수의 출전이 불투명하다는 악조건에 처해있다. 지난 전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결장했던 제파로프가 이를 상대로 어느 정도의 공격 전개를 보여주냐가 관건이다. 상대의 압박을 무너뜨리고, 패스의 줄기가 조금 더 살아야만 원톱 김동섭도, 측면에서 수시로 들어와 직간접적으로 득점 과정에 도움을 주는 김태환과 이창훈도 살릴 수 있다.

허리 싸움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조금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3연승 과정에서 김태환과 이창훈이 활약한 측면의 힘은 대단했다. 오버래핑을 나오는 상대 측면의 뒷공간을 빠른 스피드와 적절한 센스로 완벽히 벗겨낸 장면이 나왔고, 득점의 상당 부분이 그곳에서 시작됐다. 다만 오버래핑을 자제한 전남을 상대로도 측면을 많이 활용하고자 했으나,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포항전에선 무작정 윙어의 스피드로만 승부하기보다는 김한윤의 수비적 지원을 등에 업고 전진하는 좌우의 현영민, 박진포가 앞선 공격수들과의 거리를 좁혀가며 제파로프-김성준/김철호로 구성될 중앙 미드필더와의 부분 전술적인 움직임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그래야 측면을 활용한 경기도 한층 더 잘 풀릴 수 있다.

전남전에서 기대만큼 되지 않았던 두 가지 문제점 외 성남이 보여준 긍정적인 신호도 분명 있었다. 전체적으로 뒤로 처져있던 전남은 성남의 공격을 끊어낸 이후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빠른 이창훈, 김태환과 부지런한 김동섭의 전방 압박에 볼을 여러 차례 빼앗기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더욱이 제파로프의 파트너로 기용될 김성준이나 김철호 역시 중원에서 상대의 흐름을 틀어막을 정도의 활동량과 적극성을 보여줄 수 있을 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포항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의외의 상황에서 상대 실책으로 얻는 소중한 기회가 득점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꽤 크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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