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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전북, 서울을 차례로 깨고, 호랑이굴로 들어가 울산까지 잡아낸 성남. ACL을 병행하는 전북과 서울이 시즌 초반 많은 이들이 점쳤던 것만큼의 위용을 보여주진 못했다고는 하지만, 고작 '1무 3패'로 하위권에 처져있던 이들에겐 더없이 값진 결과였다. 그랬기에 4월 들어 무패 행진을 달려오던 전남을 홈으로 불러들인 지난 주말도 성남의 4연승 점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앞선 세 경기에서 보여준 성남만의 색깔은 다소 연해졌고, 0-0 무승부를 그치며 연승의 기세는 '살짝' 주춤했다. 이들이 포항전에서 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 전남전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지난 전남전에서도 김한윤의 역할을 상당히 컸다. 중원의 처진 위치에 자리한 이 선수 덕분에 앞선에 기용된 김철호-김성준 라인의 수비적 부담은 크게 줄었다. 수원과의 올 시즌 개막전에서 김철호-김성준을 수비형 미드필더에 놓고 앞선에 황의조를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한 전형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고, 조금 더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었던 성남은 김한윤과 함께한 과정에서 3연승을 챙기기도 했다. 김한윤이 수비 진영에서 프리롤에 가까운 움직임으로 수비 라인까지 내려가 수비벽을 두껍게 쌓았고, 적절한 전진 패스를 뿌려준 덕분에 앞선에 두 선수는 그들이 갖춘 공격력을 극대화해 '미들라이커'로서의 능력도 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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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싸움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조금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해 보였다. 3연승 과정에서 김태환과 이창훈이 활약한 측면의 힘은 대단했다. 오버래핑을 나오는 상대 측면의 뒷공간을 빠른 스피드와 적절한 센스로 완벽히 벗겨낸 장면이 나왔고, 득점의 상당 부분이 그곳에서 시작됐다. 다만 오버래핑을 자제한 전남을 상대로도 측면을 많이 활용하고자 했으나,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포항전에선 무작정 윙어의 스피드로만 승부하기보다는 김한윤의 수비적 지원을 등에 업고 전진하는 좌우의 현영민, 박진포가 앞선 공격수들과의 거리를 좁혀가며 제파로프-김성준/김철호로 구성될 중앙 미드필더와의 부분 전술적인 움직임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그래야 측면을 활용한 경기도 한층 더 잘 풀릴 수 있다.
전남전에서 기대만큼 되지 않았던 두 가지 문제점 외 성남이 보여준 긍정적인 신호도 분명 있었다. 전체적으로 뒤로 처져있던 전남은 성남의 공격을 끊어낸 이후 공격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빠른 이창훈, 김태환과 부지런한 김동섭의 전방 압박에 볼을 여러 차례 빼앗기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더욱이 제파로프의 파트너로 기용될 김성준이나 김철호 역시 중원에서 상대의 흐름을 틀어막을 정도의 활동량과 적극성을 보여줄 수 있을 터.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쳐있을 포항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면, 의외의 상황에서 상대 실책으로 얻는 소중한 기회가 득점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꽤 크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