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0 바르샤 격파' 독일 축구 시대의 서막?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3-04-24 12:30


사진캡처=바이에른뮌헨 공식홈페이지

올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구도는 독일 대 스페인이었다.

그동안 세계축구를 주름잡았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그렇다 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클럽 대신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들이 자리매김한 것이 눈에 띄었다. 사실 그간 축구 전문가들은 향후 유럽축구의 중심지로 독일을 지목했다. 잘 갖추어진 축구 인프라와 재정 건전성, 매경기장마다 90% 이상의 좌석점유율을 보이는 국민들의 축구 사랑,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유망주까지. 재정적 안정 없이 무분별한 투자를 막겠다는 유럽축구연맹(UEFA)의 강력한 의지와 맞물려 독일은 다시 황금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역시 중심에는 바이에른 뮌헨이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무려 23번의 리그 우승과 4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쥔 자타공인 독일 최고의 명문이다. 도르트문트에 밀려 2년 연속 분데스리가 타이틀을 내줬던 바이에른 뮌헨은 올시즌 절치부심하며 압도적 경기력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놓고 우승을 확정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무엇보다 살펴봐야할 것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력이다. 그동안 바이에른 뮌헨은 개성강한 선수들의 개인기와 한방으로 승리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다. 바람잘날 없는 바이에른 뮌헨을 보고 독일 언론은 'FC헐리우드'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바이에른 뮌헨은 다르다. 바르셀로나처럼 하나의 팀으로 완성된 느낌이 강하다.

올시즌 바이에른 뮌헨 기록을 보자. 바이에른 뮌헨은 분데스리가 최단 기간 우승(28라운드)를 확정지었고, 최다 승(26승) 및 최다 승점(승점 81점)도 이미 올렸다. 그 외 최단 기간 전반기 우승(14라운드), 시즌 개막을 기점으로 최다 경기 연승(8연승), 한 시즌 최다 경기 연승(13연승) 및 원정 최다 승점(43점), 최다 원정 연승(9연승)도 세웠다. 최다 골득실(현재 +75, 종전 기록 +66)과 최소 실점(현재 14골, 종전 기록 21골), 최소 패(1패)도 목전에 두고 있다. 최근들어서는 화력에 더욱 불이 붙었다. 최근 분데스리가 4경기에서 20골을 넣으며 경기당 5골을 기록 중에 있다. DFB 포칼과 유럽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도 최근 4경기에서 20골을 넣었다. 대단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바르셀로나전은 바이에른 뮌헨의 축구가 어느수준인지 다시 한번 세계에 확인시켜줬다. 바이에른 뮌헨은 24일(한국시간)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2~2013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에서 '세계최강' 바르셀로나를 4대0으로 제압했다. 말 그대로 바이에른 뮌헨의 완승이었다. 슈팅 숫자에서 13대4, 유효 슈팅에서 9대2, 코너킥에서도 10대4로 바이에른 뮌헨이 우세했다. 심지어 중원싸움에서도 바이에른 뮌헨이 압도했다. 바르셀로나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강력한 전방위 압박은 오히려 바이에른 뮌헨쪽에서 펼쳐졌다. '세계최 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조차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특유의 신체적 능력을 이용해 공중볼 싸움에서도 76대21의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스페인 언론을 중심으로 오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경기력만큼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바이에른 뮌헨의 완승이었다. 2008년 바르셀로나의 황금기가 시작된 이후 그 어느 팀도 이처럼 바르셀로나를 압도하지 못했다. 실제 2008년 이후 바르셀로나가 2골차로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바르셀로나가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 4골차로 패한 것은 19년만의 일(AC밀란과의 결승전 0대4 패)이다. 유럽챔피언스리그 역사상 1차전에서 0대4로 패한 팀이 2차전에서 뒤집은 예는 없었다. 메시가 결정적 순간 마법을 부렸지만, 지금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5골을 뽑아내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시즌 중반 바이에른 뮌헨은 세계 축구계가 깜짝 놀랄만한 발표를 했다. 첼시, 맨시티 등의 러브콜을 받던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을 영입한 것이다. 그의 선택은 독일 축구로 새롭게 패권이 넘어가고 있다는 축구 전문가들의 분석과 맞물려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바이에른 뮌헨은 투박한 독일 스타일 대신 패싱과 기술이라는 주류의 축구로 바르셀로나를 잡아냈다. 아마도 이 경기를 지켜본 과르디올라 감독은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며 미소를 지었을지도 모른다. 바르셀로나전 완승은 독일 축구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