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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는 미드필드 싸움과 결정력에서 갈렸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4-4-2,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은 4-2-3-1 카드를 꺼냈다. 승부처는 미드필드였다. 만시니 감독은 활동력이 풍부한 카를로스 테베스를 전방에 기용하며 미드필드 숫자를 6명까지 늘렸다. 사미어 나스리, 다비드 실바로 하여금 창조성을, 제임스 밀너에게 기동성이라는 역할을 부여했다. 여기에 미드필드의 핵심 투레를 더블볼란치(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세우며 공수를 오가게 했다. 경험은 풍부하지만 활동량이 부족한 라이언 긱스와 마이클 캐릭이 다양한 개성을 가진 맨시티의 미드필드진을 상대하기란 역부족이었다. 퍼거슨 감독은 중원 싸움을 포기하고 역습 위주의 간결한 경기운영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맨시티로 하여금 과감히 공격에 나설 수 없게 한 최고의 한수였지만, 문제는 로빈 판 페르시의 움직임이 예전만 못했다는데 있었다.
두번째 승부처는 결정력이었다. 맨유의 에이스는 판 페르시다. 그가 마침표를 찍어야 한결 수월한 경기운영을 할 수 있다. 판 페르시는 올시즌 맨유로 이적해 팀이 단독선두를 달리는데 결정적 공헌을 했다. 만시니 감독이 두고두고 판 페르시 영입 실패를 아쉬워할 정도였다. 수비가 탄탄한 맨유는 아기자기하게 공격을 만들기보다는 판 페르시의 한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았다. 그가 침묵하자 공격방향을 잃었다. 반면 맨시티는 후반 교체투입된 아게로의 결정력이 빛났다. 아게로가 그라운드를 누빈 시간은 20여 분에 불과했지만 결정적 순간 승부를 갈랐다. 이번만큼은 만시니 감독의 선수들이 퍼거슨 감독의 아이들보다 나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