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제마의 국가 보이콧, 해외 사례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3-03-25 10:47


◇카림 벤제마. 사진출처=프랑스축구협회 홈페이지

카림 벤제마(26·레알 마드리드)의 '국가 보이콧'이 프랑스 내에서 적잖은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벤제마는 알제리 이민 3세로, 리옹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축구를 시작한 뒤 2006년 9월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하면서 프랑스 대표 경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A매치 때마다 프랑스 국가인 '라 마르세예즈'를 부르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에서는 "벤제마를 대표팀에서 추방해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벤제마는 프랑스의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알제리 이민자 집안 출신인) 지네딘 지단도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팬들 중에서도 국가를 부르지 않는 이들도 있다"며 "나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국가 제창이 아니라 팀 전체의 결속"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 제창 거부는 대표팀에 대한 내 마음가짐과 상관 없다. 앞으로도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벤제마를 옹호하는 측은 프랑스 대표팀의 전례를 든다. 지단 뿐만 아니라 미셸 플라티니 현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크리스티앙 카랑뵈 등 프랑스 대표팀의 전성기를 수놓았던 스타들도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이들은 국가 제창 거부 논란을 실력으로 덮으면서 팬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때문에 벤제마의 국가 제창 거부에 대한 비판은 최근 11경기 째 이어지고 있는 A매치 무득점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벤제마는 "만약 내가 골을 넣으면 나를 비난해 온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할 지 기다려진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사례는 축구계에 수두룩 하다. 폴란드 이민자 집안 출신인 독일 대표팀 공격수 루카스 포돌스키는 국가 제창은 물론 폴란드와의 맞대결에서 득점하고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세리에A 피오렌티나에서 활약 중인 미드필더 아뎀 라이치는 세르비아 국가 제창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대표팀 소집 명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코소보 자치주와 인접한 노비파자르 출신인 라이치는 세르비아가 코소보에서 자행했던 인종청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국가 제창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일즈 출신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영국 단일팀 유니폼을 입었던 라이언 긱스(맨유)와 크레이그 벨라미(카디프시티) 역시 영국 국가를 부르지 않았다. 한국과 맞대결을 앞둔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레퀴야) 등 귀화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일본을 대표하는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나카타 히데토시도 A매치 때마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아 우익단체 및 언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시 나카타는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우울하기 때문에 축구를 하기 전 부르기에 좋지 않다. 기분 나쁜 노래는 부르고 싶지 않다"고 당당히 밝힌 바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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