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정몽규 축구협회장 첫 인터뷰 "축구는 인생의 축소판"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3-21 08:23


1월 28일 한국 축구의 물줄기가 바뀌었다.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51)이 한국 축구 수장에 올랐다. 제52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52일이 흘렀다. 선거전에서 경쟁을 펼친 후보들을 가장 먼저 만났다. 전현직 A대표팀 감독과 오찬을 가졌다. 귀를 열고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었다. 7일 공식 취임식을 가진 그는 11일 임직원 50여명과 함께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꿈나무마을에서 '축구협회 사랑나누기 봉사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양복을 벗고 페인트칠과 유리창 청소를 했다.

대기업 오너인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랐다. A매치가 벌어진 영국 런던을 필두로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을 다녀왔다. 외교력 강화를 위한 잰걸음이었다. 정 회장은 프로축구연맹 총재 출신이다. 현장의 중요성도 잊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과 챌린지(2부 리그), 여자축구인 WK-리그의 시작을 함께했다. 축구협회의 틀도 잡혔다. 부회장단과 이사 등 집행부를 구성한 정 회장은 20일 첫 이사회를 가졌다.

스포츠조선 창간 23주년을 맞아 정 회장을 지면에 초대했다. 축구협회장에 오른 후 개별 언론사와의 인터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첫 임기는 4년이다. 한국 축구의 새로운 길과 미래를 들었다.

ㅡ회장에 당선된 지 두 달이 흘렀다. 눈코뜰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데.

무엇보다 우리나라 축구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걱정하는 많은 분들을 뵙고 많은 얘기를 듣고자 했다. 회장 취임 전에 그리던 구상들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ㅡ밖에서 본 축구협회, 안에서 피부로 느낀 축구협회, 어떤 점이 다른가.


밖에서는 축구협회에 국민의 큰 사랑에 합당한 꿈과 희망을 보여주기를 원하고 있다. 또 안에서는 각 연맹으로 대변되는 가맹단체들, 16개 시도협회는 물론 다른 목소리를 가진 분들까지 다 아우르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모든 뜻에 따르려니 힘든 부분이 많이 있다.

-최근 단행한 집행부 인선은 어떤 점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았나.

소명의식과 책임감, 봉사와 헌신의 자세, 그리고 실무에 대한 경험을 기준으로 했다. 회장 보다는 축구팬과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가를 인선 기준으로 삼았다. 제가 만족하는 것 보다 축구 관계자와 팬, 국민들이 만족하는 것이 중요하다.

-귀를 열고 축구계의 소통과 화합에 힘을 쓰고 있는데 소회를 부탁드린다.

모두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섭을 위해서는 항상 다른 목소리를 많이 들어야 한다. 소통의 자세로 되도록 많은 이야기를 듣고자 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축구계의 통합 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어 일해야 한다고 늘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자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하겠다.

-화합과 소통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화합은 큰 틀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우리 사회의 어려운 분들께 봉사하면 축구계 전체가 화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소통을 위해서 신임집행부의 워크숍을 가졌다. 자주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야기하며 꿈을 나누는 자리를 많이 만들려 한다.

-최근 '사랑나누기 봉사활동'을 했는데 그 의미는.

축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스포츠라 생각한다. 우리가 받은 관심과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사회의 구석구석 관심이 미치지 않는 곳을 더 찾아가 돌보고자 한다. 앞으로도 국가대표 감독님과 대표선수뿐만 아니라 K-리그 선수들도 더 앞장서서 봉사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일본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축구연맹을 방문했다. 국제 사회의 반응은 어땠나.

현재 우리나라가 동아시아축구연맹의 회장국을 맡고 있다. 회장국 협회의 신임 회장으로 일본과 중국을 순방했다. AFC는 집행위원회 회의에 맞춰 신임 회장으로서 방문했다. 아시아의 많은 이웃들이 향후 한국의 아시아 축구에 대한 공헌과 역할에 많은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한국 축구의 외교력 강화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과제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나.

일단 아시아 축구계에서 우리의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국, 이웃들과 먼저 친해지고 세계의 축구가족들을 위해 우리에게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AFC와 FIFA에 자주 찾아가 한국 축구를 알리는 역할을 열심히 하겠다.

-카타르전이 목전이다.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장 큰 현안이다. 팬들의 관점에서는 회장으로서 첫 시험대인데.

그 어느 때 보다 정신적 무장이 필요한 시기다. 최강희 감독님과 선수들 모두 최선을 다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 카타르에는 지난번 원정에서 4대1로 승리한 좋은 기억이 있지만 축구는 속단할 수 없는 스포츠다. 겨울 휴식기를 거치며 선수에게는 새로운 도전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꼭 승리해 브라질월드컵 진출에 한걸음 더 다가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누구보다 프로축구를 잘 알고 있다. 축구협회와 프로연맹의 비전이나 협력 방안에 대한 계획은.

축구협회는 각급 대표팀 및 아마추어 축구, 프로축구연맹은 프로축구를 지원하는 것이 주요 업무인 단체들로서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크게 보면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라는 같은 대의명분을 갖고 있다. 최대한 합의점을 찾아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면밀하게 살펴볼 계획이다.

-전임 집행부는 투명한 행정을 실현하는 데 실패했다. 투명한 행정을 위한 복안은.

최대한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의사전달이 일방이 아닌 다방면에서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임기 동안 노력할 계획이다. 또한 제도와 전결규정 등을 재정비하여 모든 행정을 투명하게 하려고 하고 있다.

-조광래 감독의 잔여연봉 문제도 남아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지.

새 집행부 구성 이후 이사회 및 대의원총회 준비, 각 리그 개막전 참관, 신임임원 및 간부직원 워크숍 개최, 봉사활동, 카타르전 준비 등 나름대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새 집행부가 꾸려진 만큼 여러 채널의 의견을 구해 해결책을 강구하려고 한다.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한 청사진과 핵심공약인 축구 산업 증대에 대한 밑그림은.

현재 한국의 청소년 축구인구는 연령대 대비 0.7% 정도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마저도 상급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고, 프로축구 선수가 되는 비율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축구인구를 확대할 수 있게끔 팀 창단을 유도하고, 지원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 혹여나 중간에 축구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나가지 못하더라도 지도자, 트레이너, 에이전트, 심판, 행정가 등으로 제2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시스템의 확충도 꾀하겠다. 축구 산업의 증대는 생활축구의 확대, 지역밀착형 풀뿌리 축구의 확산 없이는 힘들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야 시장이 커지고, 그만큼 수익 루트가 많아진다. 16개 시도협회와의 논의를 통해 각 지역의 축구인구와 잠재적 축구인구가 보다 많이 축구를 접하고 실질적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구상할 계획이다.

-축구란 무엇인가. 한 단어로 요약한다면.

인생의 축소판이다. 경기를 위해 고된 준비를 마다하지 않는 열정, 땀 흘리는 것의 소중함. 경기 중에도 찾아오는 고비에서 좌절하지 않고 팀을 위해 합심, 협동, 인내하면서 자신을 낮추는 태도. 그리고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한 뒤에 찾아오는 승리의 성취감. 이 모든 것이 인생과 그 과정을 공유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첫 임기 4년 동안 꼭 실현시키고 싶은 한가지가 있다면.

소통과 화합, 봉사와 헌신을 강조해온 만큼 축구계의 단합을 이끌어내고, 축구협회의 행정 역량 또한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다. 아시아에서 누구나 따라하고 싶은 롤모델이 되는 축구협회를 만들고 싶다.

-한국 축구 수장으로 팬과 국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도 자주 경기장에서 뵙고 싶다. 한국 축구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격려, 그리고 응원을 부탁드린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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