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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생' 전현철(23·전남)의 '메시빙의' 골에 축구팬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현철은 1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13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대구전에서 후반 36분 짜릿한 동점골을 쏘아올리며 1대1 무승부를 이끌었다. 하프라인 왼쪽에서 질주를 시작해 질풍같은 드리블로 볼을 몰고 페널티박스까지 쇄도하더니 4~5명의 수비수를 순식간에 따돌리며 저돌적인 왼발 슈팅을 쏘아올렸다. 최고의 골, 완벽한 피니시였다. '메시'를 떠올리게 하는 전광석화같은 움직임에 관중들도 넋을 잃었다. 이날 경기 후 대구MBC발 골 동영상은 축구팬들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진짜 메시빙의 골' '이번 라운드 베스트골' '진짜 다시봐도 소름끼친다' 등 극찬이 잇따르고 있다. '메시빙의'라는 팬들의 칭찬에 전현철은 "에고… 쑥스럽다"며 마냥 겸손해 했다. 그래도 '축구인생 베스트골' 아니냐는 질문엔 "맞다. 이렇게 기쁘게, 멋지게 들어간 건 처음인 것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폭풍 질주 후 임팩트 순간 떠올렸던 것은 시즌 첫골도, 이적 첫골도 아니었다. 그저 위기의 순간, 자신을 데려와준 "아버지같은 스승 하석주 감독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 하나뿐"이었다. 문전에서 망설임없이, 자신감 넘치는 슈팅을 선보였다. "감독님이 믿어주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골보다 팀이 어려운 순간 도움이 됐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전현철은 시즌 개막 일주일을 남기고 성남에서 전남으로 둥지를 옮겼다. 성남의 남해 동계훈련이 끝날 무렵 전남행이 전격 결정됐다. 안익수 성남 감독이 끝까지 보내지 않으려 고민했던 '공격카드'다. 아주대 시절 수차례 우승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린 하 감독의 품에 돌아오게 됐다. 전현철에게 하 감독은 '제2의 아버지'다. 2010년 춘계대학리그 1~2학년 리그 득점왕에 올랐다. 무려 12골을 쏘아올렸다. 2학년 말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첫 수술대에 오르며 눈물을 쏟았다. "괜찮다. 걱정 마라. 수술 후엔 틀림없이 더 좋아진다"며 눈물을 닦아준 건 하 감독이었다. 하 감독은 "8개월 이상 걸린다고 했다. 의사도 이렇게 열심히 재활하는 선수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며 애제자의 성실성을 칭찬했다. 6개월만에 다시 그라운드에 섰다. 재활 직후 출전한 2011년 U-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전현철은 또다시 득점왕에 오르며 부활했다. 2012년 드래프트 1순위로 성남행이 확정됐다. 프로행을 만류하는 스승의 뜻을 거스른 채 성남 유니폼을 입은 일은 "지금도 죄송한 일"이고, 지난해 10월 강등전쟁중인 전남을 상대로 동점골을 꽂아넣은 것도 "기쁘면서 죄송한 일"이지만, 이 특별한 스승과 제자는 거짓말처럼 프로에서 재회했다.
이날 정작 골 세리머니는 스승과 하지 못했다. "쑥스러워서"라며 웃었다. 벤치에서 바나나를 건네며 "이거 먹으면 골 넣는다. 골 넣으면 달려오는 거다"라고 약속했던 남지원 트레이너와 뜨겁게 포옹했다. 하 감독 역시 "10대11의 상황이었고, 경기가 10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며 웃었다. 애써 담담했지만, 흐뭇함은 감춰지지 않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