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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개막 D-4]끝나지 않은 전쟁, 라이벌 5선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2-25 21:41 | 최종수정 2013-02-27 09:54


◇2013년 K-리그 클래식은 오는 3월 2일부터 12월 1일까지 9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지난해 10월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FC서울 간의 경기 모습. 수원=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팬들은 스토리에 열광한다.

이야기가 없는 그라운드는 매력이 반감된다. 속빈 강정이나 다름없다. 스토리 발굴은 제2의 비상을 꿈꾸는 K-리그 클래식 전 구단의 과제다. 팬들에 대한 의무다.

2013년 K-리그 클래식 개막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3월 2일 휘슬이 울린다.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된다. 라이벌이 있어 그 날이 기다려진다. 스포츠조선은 올시즌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굴 '클래식 라이벌 5선'을 엄선했다.

FC서울과 수원의 총성없는 전쟁 그리고 전북

관중이 왜 적을까. 변명은 필요치 않다. 클래식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모범답안이 있다. 지난해 4차례 정규리그 빅뱅의 평균 관중은 무려 4만4960명이었다. 특별한 훈장을 달고 있다.

FC서울과 수원의 만남은 '슈퍼매치'로 기록하고 있다. 두 팀의 총성없는 전쟁은 올시즌도 계속된다. 4월 14일 수원에서 1차전, 8월 3일 서울에서 2차전이 열린다. 상, 하위리그로 나뉘는 스플릿 시스템에서 같은 그룹에 속하면 두 차례의 대결이 더 기다리고 있다.

올시즌 토양이 또 바뀌었다. 판이 더욱 흥미롭게 꾸려졌다. 서정원 감독(43)이 수원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해 K-리그를 제패한 최용수 FC서울 감독(42)의 새로운 파트너다. 두 감독은 라이벌 관계의 산역사다. '영원한 맞수' 연세대(최용수)와 고려대(서정원)의 피가 흐른다. 프로에선 한때 동료였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선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9년 운명이 달라졌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1년간 뛴 서 감독은 친정팀인 LG가 아닌 수원에 둥지를 틀었다. '배신의 아이콘' 유다 논란의 중심이었다. 서울의 전신인 LG는 서 감독의 배신에 발끈했고,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기나긴 줄다리기는 끝에 서울이 승소했다. 서 감독의 거취를 놓고 충돌한 서울과 수원의 앙숙 관계는 슈퍼매치의 도화선이었다.

최 감독은 지난해 11월 4일, 1대1로 비기며 수원전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지휘봉을 잡은 후 1무5패로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한 구단이 수원이다. 서 감독도 승부욕하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서울전 무패행진을 이어갈 각오다.


서울과 수원의 드라마틱한 구도에 전북이 뛰어든다. 전북은 '폭풍 영입'으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다. 서울, 수원, 전북 사이에 얘깃거리는 또 있다. 얽히고 설킨 먹이사슬 구도가 존재한다. 서울은 수원에는 약하지만 전북에는 7경기 연속 무패(4승3무)를 기록 중이다. 수원은 또 다르다. 서울 킬러지만 전북에는 밥이다. 12경기 연속 무승의 늪(5무7패)에 빠져 있다. 3구단 모두 사슬을 끊어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FC서울이 26일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E조 1차전 장쑤 순톈(중국)과 경기를 펼쳤다. FC서울 데얀이 후반 추가골을 넣고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상암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2.26
이동국일까, 데얀일까? 춤추는 골문

골문이 춤을 춘다. 이동국(전북)과 데얀(서울)의 골전쟁도 마침표가 없다. 올시즌도 둘은 유력한 득점왕 후보다.

이동국이 지난해 개막전에서 프로축구 개인 통산 최다골을 달성했지만 최후의 주인공은 데얀이었다. 그는 골역사를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31골을 터트리며 2003년 김도훈(강원 코치·28골)이 세운 K-리그 한 시즌 통산 최다골을 9년 만에 갈아치웠다. 최단기간 100호골, 외국인 선수 통산 최다골,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골에도 그의 이름이 올라있다. 그는 통산 201경기에 출전, 122호골을 기록 중이다. 또 있다. 2011년 득점왕(24골)에 오른 데얀은 K-리그 사상 첫 2년 연속 득점왕의 영예를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2004년 수원 나드손(브라질), 2007년 포항 따바레즈(브라질)에 세 번째, 유럽 출신으로는 첫 K-리그 MVP(최우수선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통산 최다골 싸움도 유효하다. 이동국이 318경기 출전, 141호골을 기록 중이다. 2위 데얀보다 19골이 많다. 2009년 득점왕 이동국은 4년 만에 득점왕 재탈환에 도전한다. 데얀은 3년 연속 득점왕 등극을 꿈꾸고 있다. 이동국도, 데얀도 아닌 제3의 골잡이가 탄생할 지도 관심사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무앙통 유나이티드(태국)와 전북 현대의 경기가 26일 태국 방콕 논타부리 썬더돔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전반 5분 이동국이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논타부리(태국)=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2.26/
감독은 '파리 목숨' - 살아남은 자와 신입 감독의 서바이벌

말 그대로 파리 목숨이다. 언제나 뒤에는 서슬 퍼런 칼이 버티고 있다. 조금만 삐끗해도 목이 날아간다. 감독들은 늘 불안하다.

지난 시즌 강등제가 도입되면서 감독들이 줄줄이 잘려나갔다. 시즌 초반 인천을 이끌던 허정무 감독이 리그 7경기만에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7월에는 김상호 강원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 전원이 경질됐다. 8월에는 정해성 전남 감독이 사퇴했다. 시즌 막판 모아시르 대구 감독과 유상철 대전 감독이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강등을 막지 못한 최만희 광주 감독도 자진 사퇴했다. 신태용 성남 감독과 윤성효 수원 감독도 사퇴를 선택했다. 전북도 이흥실 감독 대행의 지휘봉을 놓게 했다.

빠진 자리는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다. 연쇄 이동이 있었다. 안익수 부산 감독은 성남으로 갔다. 부산은 공백을 윤성효 감독으로 채웠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이도 있다. 당성증 대구 감독은 코치에서 감독으로 올라왔다. 서정원 수원 감독 역시 수석코치에서 승격됐다. 14명의 감독 가운데 자리를 지난해에 이어 자리를 보전한 감독은 5명에 불과하다.

올해는 더욱 많은 감독들이 사퇴의 고배를 마셔야 할 것 같다. 지난 시즌보다 경쟁률이 더 세졌다. 14개팀들 가운데 13위와 14위는 자동 강등이다. 12위는 K-리그(2부리그) 우승팀과 강등 플레이오프를 펼쳐야 한다. 많게는 3개팀이 강등된다. 강등권에 직면하면 '칼춤'밖에 없다. 목을 지키기 위한 감독들의 사투.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천수 더비, 현실일까-이상일까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다. 32세라는 나이를 생각한다면 마지막 면죄부다. 물론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다. 많은 팀들이 그가 오기만을 벼르고 있다. '트러블메이커' 이천수(인천)다.

일단 이천수를 용서해준 전남은 논외다. 이천수를 인천으로 보내면서 단서 조항을 하나 걸었다. 2013년과 2014년 자신들과의 경기에 이천수를 나오지 않게 했다. 인천도 흔쾌히 승낙했다. 전남과 이천수의 외나무다리 결투는 당분간 없다. 문제는 다른 구단 들이다.

우선 이천수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울산이 있다. 이천수는 2007년 페예노르트 진출을 놓고 울산과 마찰을 빚었다. 유럽 진출에 협조하지 않으면 팀훈련을 하지 않겠다며 팀합류를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페예노르트 진출을 확정했지만 떠나는 날도 문제였다. 떠나는 날 폭행사건으로 경찰에 신고를 당했다. 울산으로서는 이천수와 마주하는 것이 탐탁치 않다.

수원이 있다. 2008년 수원은 네덜란드에서 방황하던 이천수를 받아주었다. 이천수의 기량을 높이 샀다. 하지만 이천수는 훈련 불참, 코칭스태프와의 불화 등으로 파열음을 일으켰다. 결국 이천수는 임의탈퇴를 당했다. '악동' 이천수의 시작이었다.

서울도 이천수와 악연이 있다. 이천수가 울산에서 뛰던 2007년 4월 서울 원정경기가 끝난 뒤였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이천수는 당시 서울을 맡고 있던 세뇰 귀네슈 감독에 대해 "터키 감독 한 명 왔다고 잘난 척하다가 큰 코 다칠 것이다"고 독설을 날렸다. 전남에 둥지를 튼 2009년 3월 이천수는 서울과의 홈경기에서 심판에게 '주먹 감자'를 날려 징계를 받기도 했다.

시도민구단의 '도토리 키재기'

결국 성적은 '돈' 순이다. 시도민구단은 돈이 많지 않다. 매년 생존을 걱정해야 한다. 빵빵한 기업들이 뒤에 버티고 있는 기업 구단과의 경쟁 자체가 되지 않는다. 지난시즌 강등을 피하지 못한 광주도 시민구단이었다. 올 시즌 강등 1순위에 올라있는 구단들 모두 시도민구단이다. 시도민구단들이 자신들끼리 벌이는 강등 탈출 라이벌 대결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시도민구단의 첫째 목표는 그룹 A에 들어가는 것이다. 지난 시즌 경남은 8위를 차지하면서 그룹 A행 막차를 탔다. 이후 스플릿 기간동안 여유있게 시간을 보냈다. 반면 그룹 B로 떨어진 팀들은 매 경기가 벼랑 끝 사투였다. 강등된 광주는 눈물을 흘렸고 남은 팀들은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올 시즌 시도민구단 가운데서는 인천의 전력이 가장 좋다. 인천은 설기현과 김남일이 건재하다. 이천수도 데려왔다. 나머지 팀들은 모두 고만고만하다. 강원은 지쿠를 완전영입했지만 전력 자체가 불안하다. 대구는 당성증 감독의 지도력이 검증되지 않았다. 경남 역시 윤일록 등 알짜배기 선수들을 내주었다. 대전 역시 전력이 불안하다.
김성원·이 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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