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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즐기며 글씨 연습을 한다. 제주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의 숙소에는 책과 교재가 가득했다. 책 옆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한글 쓰기 교본'이 눈에 띄었다. 매일 작성한다는 다이어리는 침대 옆에 놓여 있었다.
그라운드에서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쳐 '최투지'라는 별명이 생긴 최철순(26·상주)의 제주 전지훈련 숙소를 습격했다. 그라운드에서의 플레이와 달리 '일병' 최철순의 사생활(?)은 아기자기했다. 마치 그가 원하는 플레이 스타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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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를 하다보면 프로시절보다 여가 시간이 많다. 그래서 상무 선수들은 주로 새로운 취미를 갖는다. 김재성은 기타를 치고, 김정빈은 영어 공부를 한다. 최철순은 동료들과 함께 독서를 즐긴다. 그러나 남들이 하지 않는 유일한 취미를 즐기는 1인이기도 하다. 글씨 쓰기 연습이다. 최철순은 "입대한 이후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했다. 아쉬운 점을 주로 쓰는데 생각이 많아져서 내용이 늘어난다"고 했다. 하지만 다이어리를 쓰다보니 눈에 거슬리는게 있다. 자신이 쓰고도 알아보기 힘들어하는 악필이었다. 그는 "축구를 하는 선후배와 나중에 공유하기 위해서 다이어리를 쓰는데 못알아 볼 것 같다. 또 하루는 사인회를 하는데 팬 이름을 너무 악필로 적어서 미안했다. 그래서 글씨 쓰는 연습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악필이 쉽게 고쳐지지 않아 고민이지만 매일 밤 다이어리를 다시 보며 훈련시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가는 모습에 스스로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최철순은 "내 미래를 위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다이어리를 다시 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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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진 그의 다이어리에는 '기본기 훈련'과 관련된 메모가 있었다. 최철순은 '강하고 정확하고 상대방이 편하게 수비 위치를 보며, 오른발, 왼발 맞춰서 줘야함. 스루 패스의 경우 공간으로 세밀하고 정확하게, 강약 조절이 필요함'이라고 적었다. 투지가 넘치지만 다소 투박한 그의 플레이와는 반대되는 얘기였다. 바로 최철순이 원하는 축구였다. 그는 "나는 어렷을때부터 뛰는 축구에 익숙했다. 하지만 (백)지훈이형이나 (김)재성이형 처럼 예쁘게 공을 차고 싶다"고 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지난해 예쁜 축구를 꿈꾸다가 페이스를 잃었다. 최철순은 "지난 시즌부터 이런 고민을 하다가 플레이에 변화를 주기로 했다. 그런데 세밀하게 플레이하다보니 경기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포기는 없단다. 특히 "너는 축구를 못하는게 아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선수다"라고 조언을 해준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의 한 마디에 다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그는 "올해도 변화를 시도할 예정이다. 나는 많이 뛰는 선수지만 머리로 아름다운 축구도 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쁜 축구'에 대한 동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훗날 태어날 아들을 꼭 예쁜 축구를 하는 선수로 키울 생각이다. 그는 "아들이 태어나면 내 정신력에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선수로 키우고 싶다. 레알 마드리드의 마르셀로처럼 드리블과 패스, 킥에서 섬세한 축구를 하는 선수로 훈련 시킬 것"이라고 했다.
최철순의 목표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출전이다. 2010년 1월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체 데뷔를 치른 그는 이달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에 교체 출전해 맹활약했다. 한국은
크로아티아에 졸전을 펼치며 0대4로 대패했지만 측면 수비수 최철순을 재발견하는 소득을 얻었다. 그는 "1월에 맹장수술을 해 출전하지 못할 줄 알았다. 크로아티아전을 통해 나를 많이 돌아봤다. 앞으로 한국 최고의 측면 수비수로 성장해 월드컵에도 나가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