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집행위원회 최대 피해국? 알고보면 일본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3-02-13 16:27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갔다.

레슬링의 퇴출은 아쉽지만, 한국은 제자리를 잡았다.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 '독도 세리머니'의 주인공 박종우(24·부산)는 잃어버린 동메달을 되찾았고, 국기인 태권도도 핵심 종목으로 살아남았다. 그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 결정의 최대 피해국은 어느 나라일까. 일본이다.

IOC는 박종우에 대해 경고를 했지만 우발적인 행동으로 인정했다. 마크 아담스 IOC 대변인은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가 사전에 계획된 행동이 아니었다고 판단됐다. 박종우가 3~4위전 직후 일본 선수들에게 향해 스포츠맨십을 보여준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IOC는 박종우가 '독도 세리머니' 직전 패전의 허탈함에 쓰러져 있는 일본 선수들의 등을 두드리고 위로한 것을 스포츠맨십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일본은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동안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박종우의 세리머니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일본의 대표적인 우익 언론인 산케이신문은 사설을 통해 IOC의 결정을 맹비난했다. 신문은 '분명히 정치적 선전 활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달 박탈 등의 엄벌을 내리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행위를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논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우의 세리머니 당시 한국 선수들이 막지 않은 점도 비판하면서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다분하다'고 억지를 부렸다. 또 '세계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엄격한 처분이 내려지는데, (IOC의 이번 결정은) 그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박종우는 계획적이고 의도된 행동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본인에게 불쾌감을 준 것에는 변함이 없다. 올림픽이 끝난지 반 년이 넘었음에도 박종우가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생떼'를 썼다.

레슬링의 퇴출은 일본에 직격탄이었다. 마이니치, 스포츠호치 등 주요 언론들은 2020년 올림픽부터 레슬링을 핵심 종목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을 톱기사로 실었다. 일본 레슬링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일본 선수단이 따낸 전체 금메달(7개)의 절반이 넘는 4개를 수확했다. 국기인 유도(1개)보다 더 많은 메달을 받아 최고의 효자종목으로 사랑을 받았다. 그러니 레슬링의 제외는 충격이었다. 당초 일본은 태권도와 근대 5종 중 한 종목이 퇴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4개의 레슬링 금메달 중 3개를 따낸 여자대표팀 선수들은 절규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다. 스포츠호치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런던올림픽까지 여자 자유형 55㎏이하급 3연패를 달성한 요시다 사오리는 청천벽력 같은 망연자실 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요시다는 훈련 직후 레슬링의 정식종목 제외 소식을 접하자 "정말인가,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외친 뒤 "정말 그렇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탁이다"라며 비통에 잠긴 목소리를 내뱉었다. 곁에 있던 사카에 가쓰히토 감독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단 말야"라며 고함에 가까운 절규를 했다고 한다.

태권도의 잔류 결정도 일본에는 비보였다. 일본은 태권도의 탈락과 가라데의 정식 종목 채택을 노렸다. 물밑 로비가 상당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은 더 높아만졌다. IOC는 5월 러시아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3개의 추가 종목을 결정한다. IOC는 25개 핵심종목 이외에 3개 종목을 대회별로 더 추가해 하계올림픽(총 28개 종목)을 치른다. 비슷한 성격의 태권도가 핵심 종목으로 살아남으면서 가라데의 올림픽 승선은 더 희박해졌다. 일본은 상처만 남았다.
김성원 박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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