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베 승리 비결 '공격 대비 최대 효과'

정안지 기자

기사입력 2013-02-13 10:31 | 최종수정 2013-02-13 10:33


<사진=유벤투스 공식 페이스북 캡처>

동 시간대에 열렸던 발렌시아-PSG의 대결이 베컴의 복귀 여부로 관심을 모았으며, 내일로 예정된 레알-맨유의 일전은 관전 포인트를 모두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뜨거웠다. 하지만 오늘 새벽 치러진 '또 다른 경기'도 따지고 보면 속이 꽉 찬 '알짜 대진'이었다. 조별 예선에서 바르샤를 꺾으며 파란을 일으킨 SPL 1위 셀틱, 첼시-샤흐타르가 서로 물고 물리던 E조에서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던 세리에A 1위 유벤투스가 주인공이었던 바로 '그 경기' 말이다.

코너킥 상황마다 상대 골키퍼 부폰의 시야와 동선을 방해하려는 셀틱의 공격수 후퍼와 이를 밀어내려는 리히슈타이너가 서로 가슴을 맞대고 끌어안는 등 격한 애정 싸움으로 눈길을 끌었는데, 오늘 경기의 진정한 승부처는 직접 몸을 맞대며 신경전을 벌였던 페널티박스 안 지점보다는 페널티박스 밖을 둘러싼 중원에 있었다. 마르키시오-피를로-비달, 이들의 이니셜을 딴 유벤투스의 MVP 라인과 주가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완야마가 펼칠 대결 구도야말로 경기를 좌우할 결정적인 포인트였다.

그런데, 이 '포인트'에서만큼은 셀틱의 우세였다. 나폴리를 누르고 세리에A에서의 선두를 달리며, 샤흐타르와 첼시를 밀어내고 조 1위로 챔스 16강에 안착한 유벤투스의 원동력은 '중원'에 있었기에 많은 이들이 이번 경기에서도 MVP 라인이 큰일을 해낼 것임을 점쳤을 터. 하지만 싸움닭 마인드로 무장돼있던 셀틱의 중원은 기동력 부분에서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을 보여주었고, 특히 완야마-스콧 브라운이 수시로 전진하는 형태의 전방 압박을 펼치며 패스의 시발점 피를로를 100%까지는 아니라도 대체로 잘 묶어낸 편이었다. 기록상 실제 뛴 양은 유벤투스가 더 많았을지 몰라도, 임펙트 면에서는 셀틱이 더 강한 느낌을 풍기지 않았나 싶다.

이를 바탕으로 펼친 공격력도 유벤투스를 괴롭혔다. 상대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라인 간격이 그다지 벌어진 게 아니었음에도 셀틱은 이 진영을 곧잘 드나들며 공략했다. 좁은 공간에서 빠른 타이밍으로 가져간 중거리 슈팅은 부폰을 다이빙하게 했으며, 최전방 후퍼를 비롯해 중앙 수비 앞으로 들어와 꾸준히 연계에 동참한 커먼스와 포레스트를 향해 전진 패스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또,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루스틱의 크로스를 노리는 공격수들의 움직임도 위협적이었다. 상대를 완벽히 벗겨 낼 세밀함이 떨어져 결정적 기회를 많이 잡지는 못했지만, 슈팅 개수에서 7개나 앞섰다는 점이 전체적인 경기 분위기를 설명해준다는 생각이다.

다만 이렇게 앞서는 '경기 내용'을 보인다 해도 결국엔 '골'을 넣는 자가 웃는 법임을 유벤투스가 하나하나 증명해 보였다.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해서든 상대 골망을 흔드는 것이 '강팀의 조건'이고, 홈&어웨이 특성상 1차전 원정에서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가 없었던 처지를 감안했을 때, 셀틱전은 '공격 대비 최대 효과'를 낳은 경기였다. 상대 수비의 실수를 가만두질 않았고, 찰나의 순간을 통해 공간을 파고든 것이 그들이 갖춘 승리의 비결이었던 셈, 원정에서 무려 3골이나 뽑아내며 최상의 결과를 안고 돌아간 유벤투스의 마음은 이미 8강에 가 있지 않을까.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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