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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삑삑이' 셔틀런 체험해보니…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3-02-06 14:32


①'공포의 삑삑이'라고 불리는 셔틀런을 체험하기 전 브라질 출신 데니스 코치의 지휘에 따라 밸런스 훈련을 하고 있다.

"진짜 할 수 있겠어요?"

백기홍 부산 코치가 미심쩍은 듯 물었다. 기자가 선수들의 체력테스트를 위한 '공포의 셔틀런'을 체험해보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셔틀런은 구간 왕복달리기를 말한다. 1982년 캐나다의 스포츠 과학자인 레거 박사가 최대산소섭취량을 늘이기 위해 개발한 훈련이다. 한국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알려졌다. 히딩크호의 피지컬코치 베르하이옌이 '공포의 삑삑이'로 알려진 셔틀런을 통해 선수들의 지구력을 한계로 몰아가면서 회복능력을 측정했다.

부산도 5일 태국 촌부리의 훈련장에서 셔틀런을 실시했다. 브라질 출신 데니스 이와무라 코치가 겨우내 선수들의 체력이 얼마나 올라왔는지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훈련장에 도착하자 삼각대가 두 줄로 놓여있었다. 간격은 15m였다. A→B, B→A를 두 차례 왕복으로 달리는 것이 1세트였다. 1라운드는 4세트로 구성돼 있다. 1세트가 끝난 뒤에는 10초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단, 라운드가 진행될 수록 구간 달리기의 속도가 빨라진다. 처음 9㎞/h의 속도에서 라운드 증가시마다 1㎞/h씩 빨라진다. 최종 11라운드에선 19㎞/h에 도달한다. '삐~'하는 기계음이 점점 빨리 울린다. 다음 신호가 울릴 때까지 구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경고를 받는다. 3회 경고시 탈락하게 된다. 이날 셔틀런의 열외자는 네 명이었다. 전날 훈련 중 부상을 당한 이성운과 세 명의 골키퍼(이범영 이창근 김기용)였다.


②셔틀런 초반 가볍게 뛰고 있다.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뛸 수 있었다.
밸런스 훈련과 조깅을 마친 기자는 본격적으로 체력테스트에 돌입했다. 기자의 정확한 구단 통과 여부는 김민철 재활트레이너가 '매의 눈'으로 체크했다. 1~3라운드까지는 세트간 신호음이 길었다. 가볍게 호흡을 조절해가면서 뛸 수 있는 정도였다. 부산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뛸 수 있었다. 선수들의 표정도 밝았다. 전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그러나 4라운드부터 기자의 호흡이 약간 가빠졌다. 그래도 10초간 휴식을 취하면 가빴던 호흡이 안정을 되찾았다. 이 때까지도 선수들의 호흡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5라운드부터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10초간의 휴식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기자와 선수들의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일찍 구간을 통과해 다음 신호를 기다린 반면, 기자는 다음 신호가 울리기 바로 직전 구간을 통과해 곧바로 다시 돌아 뛰어야 했다.

6라운드 때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점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상적인 호흡이 힘들었다. 어지러움을 느꼈다. 땀은 비오듯 흘렀다. 10초간 휴식은 의미가 없어졌다. 선수들의 호흡도 불안정해졌다. 웃음이 사라졌다.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기자는 7라운드 1세트에서 '포기'를 외쳤다. 1500m를 뛴 시점이었다. 곧바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운동화를 벗고 가쁜 숨을 달랬다. 말 그대로 공포였다. 고작 15m 왕복 달리기라고 얕잡아 봤다가 큰 코를 다친 꼴이었다. 곧바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정용준 매니저의 부축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켜세워 절뚝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③기자는 5라운드가 끝나자 무릎에 손을 댄 채 거친 호흡을 내쉬고 있다. 선수들도 약간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당연히 선수들은 기자보다 체력이 한 수 위였다. 8~9라운드까지 한 명의 탈락자도 없었다. 기자보다 480m를 더 뛰었다. 그런데 10라운드부터 선수들 중에서도 탈락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초 탈락자는 외국인선수 파그너였다. 이후 무더기로 탈락자가 나왔다. 윌리암 이정호 박용호 등이 '만세'를 불렀다. 포기하지 않는 이들은 마지막 11라운드에 돌입했다. 11라운드 1세트부터 포기하는 선수들이 늘었다. 달리는 속도가 최정점에 달하자 선수들의 체력도 고갈된 듯 보였다. 2640m를 모두 소화한 선수들은 10명 안팎이었다. '독도남' 박종우는 왼허벅지 부상에도 강한 끈기로 버텨냈다.

셔틀런 체험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기자를 위로했다. 7라운드까지 뛴 것도 잘했다는 평가였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스스로 끈기가 부족했다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위로가 됐던 것은 코칭스태프의 한 마디였다. "선수들은 한국으로 돌아간 뒤 셔틀런을 한 번 더 해야 한다." 촌부리(태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④결국 7라운드 1세트에서 포기한 뒤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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