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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할 수 있겠어요?"
백기홍 부산 코치가 미심쩍은 듯 물었다. 기자가 선수들의 체력테스트를 위한 '공포의 셔틀런'을 체험해보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셔틀런은 구간 왕복달리기를 말한다. 1982년 캐나다의 스포츠 과학자인 레거 박사가 최대산소섭취량을 늘이기 위해 개발한 훈련이다. 한국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부터 알려졌다. 히딩크호의 피지컬코치 베르하이옌이 '공포의 삑삑이'로 알려진 셔틀런을 통해 선수들의 지구력을 한계로 몰아가면서 회복능력을 측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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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라운드부터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10초간의 휴식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기자와 선수들의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일찍 구간을 통과해 다음 신호를 기다린 반면, 기자는 다음 신호가 울리기 바로 직전 구간을 통과해 곧바로 다시 돌아 뛰어야 했다.
6라운드 때는 이를 악물어야 했다. 점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정상적인 호흡이 힘들었다. 어지러움을 느꼈다. 땀은 비오듯 흘렀다. 10초간 휴식은 의미가 없어졌다. 선수들의 호흡도 불안정해졌다. 웃음이 사라졌다.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결국 기자는 7라운드 1세트에서 '포기'를 외쳤다. 1500m를 뛴 시점이었다. 곧바로 그라운드에 쓰러져 운동화를 벗고 가쁜 숨을 달랬다. 말 그대로 공포였다. 고작 15m 왕복 달리기라고 얕잡아 봤다가 큰 코를 다친 꼴이었다. 곧바로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다. 정용준 매니저의 부축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켜세워 절뚝이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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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런 체험이 끝난 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기자를 위로했다. 7라운드까지 뛴 것도 잘했다는 평가였다. 개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스스로 끈기가 부족했다는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도 위로가 됐던 것은 코칭스태프의 한 마디였다. "선수들은 한국으로 돌아간 뒤 셔틀런을 한 번 더 해야 한다." 촌부리(태국)=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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