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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비자 발급을 위해 잠시 집에 들렀던 '11번째 프리미어리거' 윤석영(23·QPR)이 5일 오후 런던으로 출국했다. 6일 A대표팀의 크로아티아 평가전을 현지에서 관전한 직후 새둥지 QPR에 입성한다. 일주일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윤석영은 바빴다. 풋살연습장, 헬스클럽을 찾아 몸만들기에 몰두하는 한편, 축구의 길을 이끌어준 멘토들을 찾아 조언을 구했다. 전남 드래곤즈 시절, 자신을 믿어주고 아껴준 스승 정해성 감독을 찾아 감사인사를 올렸다. 박지성 이영표와 함께 네덜란드에서 머무르며 제자들의 적응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정 감독이다. 한일월드컵 이후 A대표팀 수석코치로 10년 넘게 일하며 수많은 제자들의 해외진출 과정과 비화를 속속들이 잘 알고 있다. 윤석영은 지난 3일 강남의 한 레스토랑에서 경험 많은 스승에게 그간의 궁금증을 스스럼없이 쏟아냈다. 정 감독 역시 '애제자' 윤석영의 런던행을 앞두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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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에게 배워라
왼쪽풀백, 결정력은 필수
살벌한 주전 경쟁을 견뎌내야 하는 제자에게 "왼쪽 사이드백 구도를 보니 자리 싸움에서는 무조건 이길 것같다"는 희망 가득한 덕담도 건넸다. 윤석영은 영국, 스페인 등 빅리그 연수 경험이 풍부한 정 감독에게 프리미어리그의 사이드백 적응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내가 볼 때 빅리그에서 사이드백은 결정을 해줘야 한다. 공격가담해서 오버래핑나갔는데 볼이 안 올 수도 있다. 볼이 왔을 때는 크로스하거나 안으로 접고 치고 들어가다 슈팅을 하거나 반대쪽으로 방향전환을 해주는 등 결정을 해줘야 한다. 우물쭈물하다 볼 끊겨서 내려가고 올라가고 하다 체력만 소진된다. 잘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무한 체력 키워라
윤석영은 영국 입성 후 집을 구할 때까지 한달 가까이 호텔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정 감독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체력 부분을 다시금 언급했다. "프리미어리거들은 연말 박싱데이, 3주에 7~8경기를 치르고도 까딱없는 체력을 자랑한다. 솔직히 우리는 어떠냐, 주중 컵대회 한번이라도 끼면 주말경기하다 헉헉대지 않냐. 한번 가보면 그 차이를 피부로 느낄 것"이라며 웃었다. "영국 음식은 맛이 없다. 무엇보다 잘 먹고, 체력적인 부분을 보완하는 데 같히 신경쓰라"고 일렀다 .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그라운드 안팎의 적응을 위한 언어와 소통의 문제도 빼놓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유럽진출을 꿈꿨던 윤석영은 틈틈이 영어공부를 해왔다. 외국생활 적응, 언어습득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설렘이 크다. 정 감독은 "지성이를 통해 동료들과 잘 지내라"고 말했다. "(박)지성이와 (기)성용이가 프리미어리그에 잘 적응한 것은 감정이 통하고 말이 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남에서 브라질, 호주 선수들과 뛸 때도 말과 문화를 배우려 노력하는 선수들과 그라운드 안에서도 더 가깝게 되는 걸 경험했을 거다. 작정하고 오버래핑했을 때 너한테 볼을 안주면 어떻겠니. 완벽한 영어가 아니더라도 괜찮다. 콩글리시라도 해라. 먼저 접근해서 가까워져야 훈련하고 경기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긍정의 힘으로 버텨라
정 감독은 '애제자' 윤석영이 지닌 긍정의 에너지를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았다. "가까이서 지켜본 석영이는 위기를 헤쳐나올 수 있는 힘을 지녔다. 성격적으로 굉장히 긍정적인 선수다. 스피드, 볼 컨트롤, 경기력 등은 런던올림픽을 통해 검증됐다. 충분히 경쟁력 있다. 청소년대표팀부터 큰경기를 치러왔고, 올림픽에서 동메달 따면서 스스로 좋은 느낌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느낌이 가장 좋은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제자의 첫 발걸음을 응원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