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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상은 엄청난 터프가이였다.
1m89의 큰 키에, 강렬한 스킨헤드까지. 그러나 첫 인상이 바뀌는데는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시종일관 따뜻한 미소를 짓는 그는 터프함보다는 섬세함과 자상함이 넘쳤다. 케빈(전북)에 이어 '벨기에 특급 시즌 2'를 노리는 '대전의 비밀병기' 카렐 이야기다.
음식 적응에도 문제가 없다. 된장찌개에 청국장까지 먹는다. 젓가락질도 수준급이다. 대전의 통역은 "이렇게 적응이 빠른 외국인선수는 처음이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가 '한국 배우기'에 열심인 것은 첫 외국생활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카렐은 1998년 벨기에 1부리그 로커렌에서 데뷔한 이래 프로 무대에서만 16년을 뛴 베테랑 수비수다. 벨기에 무대에서는 나름 유명한 수비수였다. 그러나 해외에서 선수생활을 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카렐에게 해외 진출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창 기량이 물이 올랐던 26세 네덜란드와 영국의 클럽으로부터 이적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그 시기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 과감한 도전에 나서지 못했다. 선수로는 놓칠 수 없는 제안이었지만 불안정한 환경을 선택하기엔 가장의 책임이 무거웠다. 당시를 떠올린 그는 "큰 팀으로 떠나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편안한 팀에서 뛰면서 기량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수였다"고 말했다.
카렐은 케빈의 추천으로 대전의 제안을 받았다. 망설이지 않았다. 해외진출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변화가 필요했다. 다행히 케빈이 좋은 모습을 보이며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지금은 하루 빨리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시즌 세트피스에서 4~5골, 그리고 팀을 중위권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데뷔전부터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대전은 3월3일 전북과 K-리그 클래식 개막전을 치른다. 전북에는 카렐을 대전으로 이끈 친구 케빈이 뛰고 있다. 카렐은 먼저 선전포고를 날렸다. "개인적으로는 친구지만 축구에선 적이다. 난 케빈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내 앞에서 케빈이 골을 넣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섬세한 남자의 단호한 어조에 신뢰가 느껴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