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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지갑을 열었던 QPR. 이름값 충만한 선수들을 불러 모으며 '돌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평도 받았으나, 그들 앞엔 잿빛의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크 휴즈 대신 레드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지 벌써 두 달. 새해 들어 5경기에서 2승 3무(FA컵 1승 1무 포함)로 패배를 잊은 모습이지만, 강등권 탈출을 위해선 아직도 5점이 모자란 상황이다. 그러던 중 겨울 이적 시장에서 또 한 번 돈을 풀며 기적을 노리는 QPR에 로익 레미가 새로이 가세했다.
● 줄어든 실점률, 생존 위해선 '골'이 필요해. ?
한 시즌을 통째로 구상하고, 9개월의 대장정을 계획하면서 선수를 차근차근 불러들이던 여름과는 달리 시즌 도중에 열리는 겨울 시장은 '즉시 전력감'의 성격이 무척이나 강하다. 긴박한 분위기 속에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낳기도 하지만, 일단은 당장 필요해 사들이는 만큼 벤치에 묵혀둘 이유가 전혀 없다. 더욱이 시세, 자모라와 함께 '챔피언십' 낭떠러지로 추락하던 중 나뭇가지에 걸려 가까스로 EPL 절벽으로 꾸역꾸역 올라가게 된 QPR의 처지는 그런 것을 가릴 형편도 아니었다. 다행히 레미는 웨스트햄과의 데뷔전부터 골을 작렬하며 한 줌의 희망을 선사했고, QPR은 상대가 퍼부은 일방적인 공격 속에서도 귀중한 무승부를 지켜냈다.
● QPR의 현실, 레미의 데뷔골이 보여준 가능성.
이쯤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건 레미의 골 장면. 이는 QPR에 상당히 많은 것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홈에서 리그 최하위 QPR을 맞은 웨스트햄은 승리에 대한 의욕을 강하게 내비쳤고, 필드 플레이어 모두 앞으로 상당히 전진한 형태를 보였다. QPR을 중앙선 아래로 몰아놓고 일방적으로 두들기려는 의도였을 터, 하지만 플랫 4 앞에 배치된 음비아-숀데리 라인을 확실히 무너뜨리지 못한 게 화근이었다. 전반 초반, 이 진영에서 볼을 빼앗기길 반복했던 웨스트햄은 상대의 페널티 박스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서부터 시작된 QPR의 역습에 선제 펀치를 얻어맞으며 체면을 구겨야 했다.
현실적으로 꼴찌 QPR을 상대하는 거의 모든 팀은 승점 3점, 이른바 '승삼이'에 대한 기대감을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갖는다. 최근 살아나고는 있다고 하지만, 외부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 이렇다. 그렇기에 승리에 대한 의지로 무장한 상대가 QPR과의 맞대결에서 라인을 끌어내리며 소극적인 마인드로 지키는 경기를 할 리는 만무한 셈. 이를 상대하는 QPR 입장에서는 수비를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날 테고, 끌려다녀야 하는 경우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 볼을 빼앗기지 않고 점유할 수 있다면 상대가 공격하는 시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선수 구성원 면면을 살펴봤을 때 그 정도의 능력을 보유한 선수는 한두 명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가드 올려 공격을 막으면서도 잠시 집중력이 떨어진 상대의 뒤통수를 후려칠 수 있는 때는 반드시 온다. 상대가 라인을 높게 잡는 만큼 뒷공간이 날 수밖에 없고, 타랍의 스루 패스와 레미의 침투가 이를 공략해냈다. 부나방 마냥 상대 수비 진영으로 홀로 뛰쳐들어가 자멸하던 타랍의 플레이에 경악했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센스를 살릴 만한 동료들의 공격 지원이 없었던 것도 아쉽긴 했다. 레미라면 비록 타이밍이 안 맞아 오프사이드에 걸린다고 해도 시세만큼 소외되지 않고 공격 과정에 동참할 수 있으며, 공격 템포가 올라가면서 측면 자원 SWP의 스피드가 살아나는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당연히 쉽진 않겠지만,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QPR의 다음 일정은 27일 0시 MK돈스전(FA컵), 30일 4시 45분 맨시티전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