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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필요한 기성용, 그러나 뛰어야 산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2-12-25 16:59 | 최종수정 2012-12-25 17:29



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몸값(600만파운드·약 105억원)을 주고 기성용(23)을 영입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중원 사령관' 기성용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매 경기에 풀타임 출전시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변화 기류가 감지됐다.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 부상 복귀 이후 3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 활약했던 기성용의 출전 시간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리그컵 8강전에서 교체 출전을 한 데 이어 16일 토트넘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7라운드에서 스완지시티 합류 이후 처음으로 교체 아웃됐다. 이 경기에서 처음으로 영국 언론의 혹평을 받았다. 영국 스포츠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스완지시티 선수 중 가장 낮은 6점을 부여했다. 골닷컴 영국판은 '경기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열린 23일 맨유전. 기성용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라우드럽 감독은 올시즌 리그에서 한 번도 선발 출전한 적이 없는 아구스틴을 기성용 대신 투입했다. 성공적인 용병술이었다. 스카이스포츠는 '중원 전쟁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와 함께 아구스틴에게 양팀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했다. 스완지시티는 아구스틴의 활약 속에 선두 맨유와 1대1 무승부를 기록했다. 반면 기성용은 교체 출전해 30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지만 '경기 중 많은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평가와 함께 평점 6을 받았다. 팀 내 최저 평점이다.

기성용에게 강한 믿음을 보인 라우드럽 감독이기에 이같은 결정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잇따라 부진한 모습을 보인 기성용이 지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토트넘 맨유 등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이는 팀들을 상대로 기성용의 출전 시간을 줄인 것은 힘과 힘 대결에서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전략으로 보인다. 지친 기성용이 허리싸움에서 밀릴 경우 팀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듯 하다.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 역시 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성용이가 휴식을 좀 취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걱정했다. 스완지시티 이적부터 런던올림픽 풀타임 활약, 잇따른 리그 출전의 강행군에 기성용은 녹초가 됐다. 햄스트링 부상이 이상 신호였다.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기 회장은 "개인적인 바람은 성용이가 잠시 쉰 다음에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도 믿고 있는데 마냥 쉴 수 없는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최근 플레이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플레이들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피로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성용이가 햄스트링 부상 이후에 몸을 사리는 것 같다. 수비할 때 막 부딪쳐야 하는데 허벅지를 걱정해서 그런지 조금씩 피하더라"고 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012년 네 차례 쓰러졌던 그에게 생긴 부상 트라우마다. 피로, 부상 트라우마.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기를 통해서 이겨내야 한다.

무대가 열린다. 한 시즌의 운명이 걸린 '박싱 데이(Boxing Day)'가 기다리고 있다. 박싱 데이는 성탄전 다음날인 26일이다. 살인적인 일정이다. 새해 1월 첫 주까지 사흘마다 경기가 열린다. 기성용의 스완지시티 역시 26일 자정 레딩전을 시작으로 풀럼(30일) 애스턴빌라(1월 2일) 아스널(1월 6일) 첼시(1월 10일) 애버턴전(1월 13일) 등 죽음의 연전을 펼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스쿼드가 두텁지 못한 팀은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기성용도 로테이션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주전 입지가 확고하지만 미래를 보장하진 못한다. 감독의 선수기용은 선수의 경기력을 기반으로 한다. 포지션 경쟁자가 박싱데이를 통해 좋은 경쟁력을 보일 경우 주전 경쟁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뛰고 또 뛰어야 한다. 해답은 경기력이다. 기대하던 EPL 데뷔 공격포인트가 터진다면 기성용의 앞길에 다시 비단길이 깔릴 수 있다. 기성용 역시 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기 회장은 "성용이는 감독이 기회를 줬을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쉬라고 해도 출전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영국 언론도 기성용의 레딩전 선발 출격을 예상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5일 "맨유전에서 체력을 비축해 둔 기성용이 레딩전에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복수의 언론들도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기성용이 공격포인트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할 수 있을까. 26일 박싱데이의 막이 열린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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