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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 라우드럽 스완지시티 감독은 구단 역사상 최고의 몸값(600만파운드·약 105억원)을 주고 기성용(23)을 영입했다. 야심차게 영입한 '중원 사령관' 기성용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매 경기에 풀타임 출전시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기성용에게 강한 믿음을 보인 라우드럽 감독이기에 이같은 결정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잇따라 부진한 모습을 보인 기성용이 지쳤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토트넘 맨유 등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선보이는 팀들을 상대로 기성용의 출전 시간을 줄인 것은 힘과 힘 대결에서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전략으로 보인다. 지친 기성용이 허리싸움에서 밀릴 경우 팀 밸런스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듯 하다.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 광주시축구협회장 역시 같은 우려를 드러냈다. "성용이가 휴식을 좀 취해야 할 것 같은데"라고 걱정했다. 스완지시티 이적부터 런던올림픽 풀타임 활약, 잇따른 리그 출전의 강행군에 기성용은 녹초가 됐다. 햄스트링 부상이 이상 신호였다. 몸이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기 회장은 "개인적인 바람은 성용이가 잠시 쉰 다음에 경기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감독도 믿고 있는데 마냥 쉴 수 없는게 안타깝다"고 전했다. 최근 플레이를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만한 플레이들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피로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성용이가 햄스트링 부상 이후에 몸을 사리는 것 같다. 수비할 때 막 부딪쳐야 하는데 허벅지를 걱정해서 그런지 조금씩 피하더라"고 했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012년 네 차례 쓰러졌던 그에게 생긴 부상 트라우마다. 피로, 부상 트라우마.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다. 경기를 통해서 이겨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스쿼드가 두텁지 못한 팀은 체력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기성용도 로테이션의 중심에 설 수 있다. 주전 입지가 확고하지만 미래를 보장하진 못한다. 감독의 선수기용은 선수의 경기력을 기반으로 한다. 포지션 경쟁자가 박싱데이를 통해 좋은 경쟁력을 보일 경우 주전 경쟁에 적신호가 켜질 수 있다. 뛰고 또 뛰어야 한다. 해답은 경기력이다. 기대하던 EPL 데뷔 공격포인트가 터진다면 기성용의 앞길에 다시 비단길이 깔릴 수 있다. 기성용 역시 출전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기 회장은 "성용이는 감독이 기회를 줬을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쉬라고 해도 출전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영국 언론도 기성용의 레딩전 선발 출격을 예상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25일 "맨유전에서 체력을 비축해 둔 기성용이 레딩전에 선발 출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복수의 언론들도 같은 전망을 내놓았다. 기성용이 공격포인트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전할 수 있을까. 26일 박싱데이의 막이 열린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