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스완지-맨유의 혈투, 그리고 '기성용'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2-24 12:38


<사진=SBS ESPN 화면 캡처>

'화끈했다'. 볼이 라인을 벗어나거나 특정 선수의 파울로 인해 멈춰있기보다는 쉼 없이 선수들의 발끝에서 발끝으로 이어지며 경기 자체가 살아있는 시간대가 많았다. 약간 지루할 수 있었던 때엔 공이 아닌 서로의 몸을 향해 돌진하며 경기에 불을 냈고, 양 팀 합산 총 34개(스완지 14개-맨유 20개)의 슈팅을 터뜨려 보는 이들의 엉덩이를 들썩들썩하게 했다. 리그 기준 2연패를 기록 중인 스완지가 5연승의 맨유를 맞아 제동을 걸었던 경기, 기성용은 후반 17분 투입돼 인저리 타임 포함 32분 정도를 소화했다.

[스완지 1 - 1 맨유]

득점 = 에브라(맨유, 전16), 미추(스완지, 전29)

스완지 = 미셸 봄 / 벤 데이비스-윌리엄스-치코-티엔달리 / 브리턴(기성용, 후17)-어거스틴(셰크터, 후42)šœ / 라우틀리지-데 구즈만(루크 무어, 후26)-다이어 / 미추

맨유 = 데 헤아 / 에브라-에반스-비디치-필 존스 / 에쉴리 영-클레버리(스콜스, 후40)-캐릭-발렌시아(치차리토, 후17) / 루니(긱스, 후33) / 반 페르시

스완지 스타일 집어삼킨 맨유의 '전방 압박'.?

패스로 시작해 패스로 끝나는 스타일, 그것이 스완지가 추구하는 축구였다. EPL 기준 '경기당 시도하는 짧은 패스' 수치에서 469개(최다 : 아스널 533개, 최소 : 레딩 255개)로 상위 5위에 랭크된 스완지는 골키퍼가 볼을 소유했을 때에도 멀리 냅다 차버리는 경우가 적다. 바르셀로나가 그러하듯, 중앙 수비수를 측면으로 넓게 벌리면서 패스 루트를 만들고 미드필더 선수들이 아래 선으로 움직여 골키퍼로부터 시작되는 패스 플레이를 준비한다. 스완지 역시 '골키퍼의 킥 거리가 짧을수록 패스 정확도와 볼 점유율이 높아진다'는 일반적인 통계의 지배를 받는 편이다.

다만 최근 노리치, 미들스브로, 토트넘을 연속으로 상대하는 동안 이런 패턴이 힘을 잃어갔음도 짚어봐야 한다. 노리치전만해도 상대가 워낙 뒤로 물러나면서 수비 틈을 좁히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비벽 앞 1.5선에서의 로빙 패스를 많이 시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연이은 일정 속에 치렀던 토트넘전은 달랐다. 윗선에서부터 강하게 조여오는 토트넘의 압박과 맞물려 스완지의 체력 및 집중력 저하가 겹쳤고, 이 탓에 패스 플레이는 시작 지점에서부터 끊기기를 반복했다. 공격이 안 된 것은 둘째 치고 아슬아슬한 위기가 계속됐는데, 맨유전 초반 부진 또한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법하다.


퍼거슨 감독은 예상대로 시작부터 공격 라인을 과감히 끌어올렸고, 그 결과 반 페르시-루니가 스완지 최종 수비보다도 높은 선에서 골키퍼 미셀 봄을 향해 돌진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나오곤 했다. 이럴 경우 맨유로선 공격진과 미드필더진의 거리가 멀어진다는 문제에 봉착할 수도 있었는데, 캐릭이 뿜어내는 패스가 상당히 좋았으며 적절히 내려와 패스를 받아준 루니의 움직임 덕분에 공격은 순조로웠다. 맨유는 '압박→볼 탈취→공격→압박'이라는 선순환을 보였고, 반대로 악순환 속에 정신을 못 차리던 스완지는 에브라에게 선제골까지 내주고 말았다.?

살아난 스완지, 맨유 압박 붕괴 후 '동점골'까지.

앞으로 나가는 패스는 죄다 끊기고, 곧장 시작되는 상대 공격에 뒤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 스완지가 택한 생존 방식은 '공중볼'. 그런데 이 패턴 역시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미추의 헤딩 능력은 좋은 편이지만, 이 선수 말고는 공중볼을 성공적으로 따낼 선수가 없었다. 1.5선에 포진한 170cm 초반대의 라우틀리지-데 구즈만-다이어가 헤딩에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도 아니었으며, 그렇다고 미추의 머리만 겨냥하고 붙여주자니 너무 단조로워 맨유의 간단한 경합만으로도 스완지는 힘을 못 썼다.?

참 재미있는 점은 그 속에서도 스완지 스스로 살아날 방법을 찾았다는 것. 이것이 바로 올 시즌 스완지가 만만치 않은 이유다. 100m가 조금 넘는 축구장 세로의 길이를 10명의 필드 플레이어가 모두 메울 순 없는 법이다. 이 말은 곧 공격수들이 지나치게 전진했다면 기본 수비 대형으로 빠르게 복귀하기가 만만치 않고, 어설프게 전진한 중앙 미드필더마저 촘촘한 대형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중원이 뚫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다음 장면은 최종 수비 라인과 상대 공격수가 맞대면하는 위기 상황이다.

스완지도 패스웍을 통해 맨유의 2선만 넘어간다면 승산이 있었고, 실제로도 전반 중반부터는 수비 라인 바로 앞까지 도달하는 장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진하는 팀의 대열 속에서 라인 간격을 좁히기 위해 앞으로 나오던 맨유의 수비 라인 뒤에는 또 다른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었고, 이들과 동일 선상에서 움직이던 미추에게 이 공간은 크나큰 선물이었다. 라인을 타고 쇄도하는 움직임으로 몇 차례의 기회를 잡던 미추는 결국 리바운드 슈팅으로 동점골까지 성공시켰다. '골의 길'을 따라 움직이며 득점 단독 1위에 오른 미추, 정말이지 스완지를 행복해 '미추'어버리게 했다.?

맨유의 '파상공세', 그리고 '기성용'의 투입.

전반전을 1-1로 마친 뒤 돌입한 후반전, 분위기는 맨유의 몫이었다. 스완지는 지난 토트넘전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잔실수들을 많이 노출하곤 했다. 앞서 언급했듯 팀 특성상 제한된 스쿼드로 시즌 중반까지 달려왔고, 이것이 결국 체력적 부담으로 작용해 집중력의 저하까지 불러오지 않았나 싶다. 브리턴, 미셀 봄, 그리고 윌리엄스 등 위험 진영에 포진된 선수들이 간단한 패스 과정에서도 실수를 범했고, 이는 맨유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승점 3점'을 얻어갈 절호의 기회가 됐다.

특히 이런 패스미스들이 더욱 반가웠던 건 오른쪽 날개 발렌시아의 폼이 죽은 맨유가 측면의 속도를 거의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 하지만 루니가 그 정도로 찬스를 살리지 못할 줄은 몰랐으며, 또 반 페르시가 전개하는 패스의 선택도 썩 좋지 못했다. 18라운드 현재 44골로 EPL 최다 득점 1위를 달리는 맨유다운 모습이 전혀 아니었다. 게다가 요샛말로 '약을 빨고' 수비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치코-윌리엄스가 일대일 경합에서 우위를 보이고 육탄 방어를 선보이며, 맨유의 파상 공세를 '온몸으로' 버텨냈다.

이런 분위기 속 교체로 투입된 기성용은 어떠했을까. 냉정히 말해 경기의 흐름을 통째로 바꿀 만큼 인상적이지는 못했다는 생각이다. 볼을 지키는 동작에서 파울을 유도해 내곤 했지만, 그 외 번뜩이는 패스 줄기로 스완지의 전진에 '부스터'를 장착하진 못했다. 다만 맨유라는 강팀과의 경기 중반에 투입돼 흐름을 바꾼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며, 경기를 거듭할수록 힘든 모습을 보여 라우드럽 감독이 체력 안배의 타이밍으로 잡았을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박싱데이 일정을 보내면서 뛸 경기는 많을 터, 그동안 지독할 정도로 박지성을 괴롭혀왔던 '위기설'을 이 선수에게까지 뒤집어씌울 때는 아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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