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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만보고 달려온 9개월이었다.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61)은 "이제서야 끝나고 생각해보니 어떻게 시즌을 치렀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눈코 틀새없이 바쁜 시즌이었다. 피말리는 K-리그 강등 전쟁을 펼쳤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했다.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원정을 다녀왔다. 2일 K-리그가 막을 내린 뒤에도 클럽월드컵에 참가해야 했다. K-리그 최고령 감독에게 휴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요즘 김 감독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아내(최문실씨)의 내조다. 아내가 아침마다 갈아주는 과일주스는 불면증을 잊게하는 비타민이 되고 있다. 김 감독은 성적에서 자유로운 휴식기간 서울 본가에서 쉬면서 불면증을 치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제쳐두고 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년시즌 선수 구성때문이다. 울산은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의 절반 이상이 전력에서 이탈한다. 당장 이근호(27) 이 호(28) 이재성(24) 등 삼총사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17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한다. '고공 폭격기' 김신욱(24)은 유럽행을 겨냥하고 있다. 현재 독일과 프랑스 등 복수의 구단에서 러브콜이 오고 있다. 하피냐 마라냥 등 외국인 공격수들은 집으로 보낸다. 이들을 대체할 외국인 선수들 수급이 절실하다.
남은 이들 중에서도 떠나는 자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곽태휘(31) 김영삼(30) 김영광 김치곤(29) 김승용(27) 이 용 고슬기(26) 등이 범위에 속한다. 적잖은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 우승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고자 턱없이 높은 연봉 인상을 요구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올해 1월 괌 전지훈련 때도 곽태휘를 비롯해 이재성 최재수 등이 연봉 협상으로 다소 난항을 겪은 바 있다. 또 출전시간이 성에 차지 않은 선수들이 이적을 요청할 수 있다.
내년시즌 울산을 계속 지휘하게 된 김 감독이 풀어야 할 숙제다. 김 감독은 2년 뒤 아시아 정상 재도전을 꿈꾸고 있다. 올시즌 클럽월드컵에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내실을 다지고 발빠른 준비가 필요하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