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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은 30년 역사를 써내려 온 K리그에 처음으로 '강등제'가 도입된 특별한 해였다. 무엇이든 '처음'이 주는 의미는 남다른 법. 더욱이 우승 팀도, ACL 티켓을 거머쥔 팀도 정해진 상황, 상주와 함께 '최초 강등팀'이 나올 최하위권을 향한 관심은 지대했다. 그룹 A와 B로 나뉜 스플릿 일정에 들어 좀처럼 언론과 TV 중계의 빛을 받지 못했던 팀들이 시즌 막판 스포트라이트의 정중앙에 서게 됐으니 말이다.
휘슬이 울리고 가장 먼저 김학범 감독에게 안긴 오재석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시즌 중반 올림픽에 다녀오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미안함을 먼저 전한 이 선수는 "솔직히 조금 불안한 감은 있었다. 코칭스태프들이 인저리 타임이 되어서야 대구와 광주의 결과를 알려주었는데, 다리가 풀리더라."며 소감을 전했다. 특히 대화의 사이 사이에 추임새 마냥 되풀이한 "살았다. 정말 행복하다"는 외침은 그동안의 심적인 부담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라운드에서의 환호가 이어지던 순간, 관중석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송학 사무처장의 눈가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남종현 사장이 사퇴를 선언하며 누구보다도 속 앓이가 심했을 그는 "알다시피 많은 패배가 있었다."며 운을 뗀 뒤 "재정이 안 좋다 보니 선수들에게 환경적으로 지원을 많이 해주지 못해 늘 가슴이 아팠다. 그래도 선수단을 비롯한 모든 분들이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살아남았다"며 공을 돌렸다.
여러 구단, 여러 사람의 가슴을 들었다 놓은 K리그의 첫 번째 강등 전쟁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강원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기를 기다렸던 광주도 힘든 전쟁을 해오긴 마찬가지였을 터.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 수밖에 없는 성장통을 겪으며 K리그는 한 발자국 더 전진하는 중이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