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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는 그렇게 무너졌고, 디 마테오는 그렇게 떠났다.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 E조의 안개는 좀처럼 걷힐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그 와중에 '디펜딩 챔피언' 첼시는 '조별 예선 탈락'이라는 낭떠러지까지 밀려났다. 세리에A에서 무패 우승의 위엄을 떨치던 유벤투스가 강했던 것도, 약 한 달 전부터 시작된 만만치 않은 경기 일정을 버텨내지 못한 것도 인정할 경기였다. 한편으로는 팔카오와 펠라이니의 영입을 끝없이 갈구하게 된 경기이기도 했다. 대체 첼시는 왜 그리도 '힘없이' 무너졌던 걸까.
더욱 문제가 됐던 부분은 수비보다는 공격이었다. 이 선수는 공격 과정에 참여하질 못하고 홀로 터치라인 부근에서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꼭 패스를 받고 결정적인 상황을 연출해내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공격 방향을 따라 전진하면서 상대 수비의 시선을 끌어주는 역할까지는 해줘야 했다. 하지만 최소한의 패스 루트도 형성하지 못한 채 후반 14분 모제스와 교체되고 말았다. 어쩌면 그의 기용이야말로 첼시의 유벤투스 원정 완패에 결정적인 이유가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격 전개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무득점의 아쉬움.
이 상황에서 공격 숫자를 늘릴 방안으로 하미레스가 간간이 상대 진영으로 침투했고, 그밖에 에쉴리 콜이나 다비드루이즈의 전진을 노려봄 직했지만 이런 묘안도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지는 못했다. 주위에서 도와줄 선수가 없다 보니 드리블을 하면서도 패스가 곧바로 나아가질 못했고, 동료를 찾기 위해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타이밍을 잡아먹는 상황도 적잖이 반복되곤 했다. 공격의 템포가 떨어져 속공이 지공으로 변하길 거듭했으니 공격의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경기를 한 것이다.
또, 가끔 나왔던 롱패스의 패턴도 무의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걸출한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없었던 첼시는 그동안 이러한 포스트 플레이에서 가능성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게다가 빈 공간으로 볼을 투입시키고 스피드 경합을 시키는 게 아니라 일대일 헤딩 경합을 시키는 공중볼로는 도저히 유벤투스의 플랫 3에게 우위를 점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답답했던 공격 과정에서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장면은 상대의 실수로 말미암은 역습이었지만, 골 결정력과 골 운은 첼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라도 견고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
공격이 마음먹은 대로 안 풀렸을 때,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비형 미드필더 라인이라도 견고하게 버티며 실점 위기를 꿋꿋이 넘겼다면 어땠을까 싶었지만, 이는 너무 큰 욕심이었음이 경기 내용에서 증명됐다. 세 골이나 내주는 과정에서 첼시의 미켈-하미레스 중원은 참사를 경험했다. 90분 동안 상대에게 슈팅을 25개나 내줬다는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우선 마르키시오-비달과의 기동력 싸움에서 뒤지고 들어간 것이 전체적인 경기의 열세로 이어진 주요 요인이 됐다. 가뜩이나 많이 뛰면서도 뛰어난 개인 능력으로 공격을 빠르게 풀어나가는 선수들인데 여기에 피를로까지 가세했다. 이를 바탕으로 유벤투스는 첼시의 뒷공간을 단번에 찌르는 패스도, 사이 공간을 잘게 썰어가는 패스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여기에 공격수들이 연계 능력으로 플랫 4 앞뒤에서 공격 루트를 늘리면서 유벤투스는 무차별적인 공격을 퍼부을 수 있었다.
컷백에 '또' 당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측면 깊숙이 침투한 상대 선수가 중앙에서 쇄도해 들어오는 동료에게 패스를 연결하고, 이 슈팅이 골망을 흔든 것은 지난 샤흐타르전을 포함 올 시즌 첼시가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실점 패턴이었다. 이 문제가 결국엔 이번 원정에서도 발목을 잡았다. 상대의 침투를 따라가던 중앙 수비의 시선이 측면으로 쏠렸을 땐, 뒤에서 들어오던 수비형 미드필더가 쇄도하는 상대 공격수를 어느 정도는 잡아줘야만 했다. 하지만 결국 이 패턴으로 비달에게 팀 두 번째 골을 내주고 말았고, 후반 들어 추격 의지를 보이던 첼시에 가해진 타격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