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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 울산의 K-리그 41라운드. 경기전에 만난 김호곤 울산 감독은 K-리그보다는 12월 일본에서 열리는 클럽월드컵에 집중하겠단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제로 전북전에 이근호 곽태휘 김신욱 김영광 등 주전선수들을 대부분 선발 출전명단에서 제외했다. 주중에 열리는 경기는 1.5군을, 주말 경기는 1군을 내세우는 팀 이원화를 통해 클럽월드컵을 준비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시아 챔프' 울산의 1.5군 역시 만만치 않았다. 마라냥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가운데 김용태 김동석 고창현이 이끈 울산 공격진은 '닥공' 전북의 공격력에 결코 뒤지지 않았다. 마라냥의 2골과 고창현의 골을 앞세운 울산은 전북에 3대3 무승부를 거뒀다. 경기 종료 직전 곽태휘가 페널티킥을 실축하지 않았다면 원정에서 값진 승리를 따낼 수도 있었다.
1.5군을 내세우고도 거둔 무승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승점 1을 추가한 기쁨을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북에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전북이 서울과 펼치고 있는 우승 경쟁 때문이 아니다. 마라냥의 세리머니에 대한 사과였다.
1-1로 맞선 전반 42분 고슬기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터트린 마라냥은 전북의 벤치 앞으로 다가갔다. 무릎을 꿇더니 기도 세리머니를 했다. 그러나 사건은 4분 뒤 터졌다. 페널티킥으로 이날 두 번째 골을 터트린 뒤 전북 서포터스 앞에서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전북 서포터스를 자극했다. 물병이 날라왔다. 이에 김 감독은 전반이 종료되자 마라냥을 불러 따끔하게 혼을 냈다. 그리고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마라냥을 벤치에 앉혔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전북 서포터스에 대신 사과를 했다. "내가 대신 죄송하다고 사과드리겠다. 마라냥이 순간적으로 흥분한 것일 뿐 고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첫 골을 넣고 세리머니할 때 전반 끝나고 주의를 줘야 겠다고 생각했는데 또 골을 넣다보니 미처 얘기할 틈이 없었다.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라고 주의를 줬다"며 전북에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다.
이날 승점 1을 추가하면서 3위 싸움에는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역시 선을 그었다. "3위에 대한 생각은 없다." 반면 희망은 발견했다. "경기를 많이 뛰지 못했던 선수들의 기량을 오늘 재확인했다. 다음에 기용할 선수들의 폭이 넓어졌다. 선수들에게 잘 뛰어줬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
전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