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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2~3연전이 일상화돼 있다.
축구에서 동일 선수를 24시간 만에 그라운드에서 다시 보긴 쉽지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48시간 이내에 다시 경기에 나서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강제 규정은 아니지만 선수 보호 차원이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은 아시아 챔피언 울산과 '지각 39라운드'를 치렀다. 울산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일정으로 연기된 일전이었다. 울산은 10일 알아흘리(사우디아라비아)를 3대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그들이 엔트리에 포함됐다. 하대성과 고명진은 24시간 만에 호주전처럼 전반과 후반 각각 45분을 소화했다.
최 감독으로선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단다. 주장 하대성과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은 호주전 후부터 최 감독에게 끈질기게 출전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최 감독은 수차례 거절하다 이들의 의지에 끝내 항복했다.
거부할 수 없는 우승 집념이 그라운드에 투영됐다. 울산전은 챔피언으로 향하는 길목의 마지막 분수령이었다. 39라운드를 먼저 치른 2위 전북이 11일 수원과 1대1로 비기며 승점 1점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전북의 승점은 77점(22승11무6패)에 머물렀다. 서울은 울산만 잡으면 전북과의 격차를 7점으로 다시 벌릴 수 있었다. 챔피언 매직넘버도 2.5로 줄어든다. 남은 5경기에서 3승을 거두면 자력 우승이 가능하다. 전북이 전승을 해도 서울을 넘지 못한다. 맞대결 함수도 존재한다. 서울과 전북은 25일 42라운드에서 맞닥뜨린다. 서울은 전북에 이기거나 비기면 다른 4경기에서 2승만 해도 우승이 가능하다. 반면 울산에 패할 경우 1위 전선은 흔들림이 없지만 살얼음판 우승 경쟁을 펼쳐야 한다.
최 감독은 울산전이 마지막 고비라고 했다. "상대는 비겨도 목적을 달성하지만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 무승부는 의미없다. 우승 테이프를 끊을 때까지 절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절박했다. 최 감독과 하대성 고명진을 포함한 선수 전원의 정신력은 사실상 2군을 내세운 울산이 넘기는 역부족이었다.
서울이 울산을 3대1로 완파하고 우승을 향한 8부 능선을 넘었다. 승점 84점(25승9무5패)을 기록하며 '우승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2010년 10년 만에 K-리그 정상을 밟은 서울은 2년 만의 챔피언 탈환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아디-현영민-데얀이 릴레이포를 터트렸다. 신기록도 쏟아졌다. 간판 스트라이커 데얀이 전반 42분 쐐기골을 작렬시키며 K-리그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를 이뤘다. 2003년 김도훈이 세운 28골과 마침내 어깨를 나란히 했다. K-리그 통산 외국인 선수 한 시즌 최다골도 갈아치웠다. 2003년 27골을 터트린 마그노(당시 전북), 도도(당시 울산)를 넘어섰다. 득점 부문 2위 이동국(전북)과의 골차도 다시 벌어졌다. 39라운드 수원전에서 침묵한 이동국은 22호골을 기록 중이다. 데얀이 이동국의 추격을 뿌리치고 득점왕에 오르면 K-리그 사상 첫 2년 연속 득점왕을 달성하게 된다.
전반 11분 아디의 헤딩골을 어시스트한 몰리나는 K-리그 도움 역사를 새롭게 썼다. 17개의 도움을 기록한 그는 K-리그 통산 한 시즌 최다 도움 기록을 재작성했다. 1996년 포항의 라데가 세운 16개의 기록을 16년 만에 넘어섰다. 또 최단 기간(116경기) 40(득점)-40(도움) 기록을 달성했다. 기존 에닝요(전북)의 135경기 기록을 19경기나 앞당겼다. K-리그 통산 13번째로 40-40클럽에 가입했다.
K-리그는 이날 서울 천하였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