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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시즌 K-리그 신인왕 이승기(24·광주)의 활약은 '군계일학'이다.
4골 11도움으로 팀 내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다. 도움 부문에선 몰리나(서울·16개) 에닝요(전북·12개)에 이어 3위에 랭크돼 있다. 올시즌 좀처럼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득점은 지난해(8골)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 전략적으로 그라운드를 누빈 탓이다. 이승기는 "지난시즌과 팀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었다. 장신 공격수 복이(2m2)의 영입과 주앙파울로의 후반 교체투입으로 내가 해야 하는 임무가 달라졌다"며 "전반에이승기, 최만희 감독 '충격요법'으로 최강희 감독 사로잡았다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면서 골을 노리지만, 후반에는 공수 조율을 담당하면서 동료들을 도우려고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충격요법의 효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11일 강원과의 단두대 매치에서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렸다. 특히 볼 터치는 간결해졌고, 경기 흐름을 잘 조율했다. 이승기는 "아직 프로 2년차다. 감독님께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이 감사할 뿐이다. 항상 감독님의 말씀에 대해 고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효과는 A대표팀으로도 이어졌다. 이승기는 14일 호주와의 친선경기(1대2 패)에서 생애 첫 A매치 공격포인트를 올렸다. 전반 12분 이동국의 선제골을 도왔다. 측면을 저돌적으로 파고들어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올렸다.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이승기는 이근호(울산)와 활발한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이승기는 "생애 첫 A매치 공격포인트는 기분 좋지만 경기에서 패해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실험하는 단계라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수비에서 공간이 벌어지고 팀에 녹아들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반 근육 경련도 경험했다. 이승기는 "교체선수가 6명 밖에 없었다. 발근육이 경련이 일었다. 그래도 주어진 기회니깐 열심히 하려고 했다. 후반 막판 체력이 다소 따라주지 못해 공격적인 부분에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승기의 재발견이었다. 최강희 A대표팀 감독은 "이승기는 그 동안 좋은 능력에도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대부분의 포지션에서 실험이 실패한 가운데 왼쪽 측면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이승기가 최 감독의 눈을 사로잡으면서 경쟁력이 한층 향상됐다. 김보경(카디프시티)과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기는 패배로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던 최 감독에게 비춘 한 줄기 빛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