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L 결승]'우승 저주' 푼 이근호, 우승 선물 약속 지켰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11-10 21:25


드디어 '우승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이근호(27)가 10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우승의 한'을 풀기까지 7년이나 걸렸다. 이근호는 2005년 프로 데뷔 이후 우승 트로피에 단 한 번도 입맞춰본 적이 없다. 2006년 R-리그(2군 리그) 우승이 전부다. 2010년 일본 J-리그 감바 오사카 시절에도 나고야 그램퍼스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근호는 "개인적으로 프로 무대 우승 경험이 전무하다.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때문에 10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남은 축구 인생에서 K-리그 우승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러나 아시아 최고의 무대에서 우승 도전은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또 다른 이유들도 이근호의 우승 욕심을 채찍질하고 있다. 이근호는 내년 상무 축구단 입대를 앞두고 있다. 향후 2년간은 다시 우승의 꿈을 꿀 수 없다. 상무는 내년시즌 2부 리그로 강등된다. 2014년 1부 리그로 승격돼도 전력상 우승은 힘들다.

이근호는 김호곤 울산 감독에게 우승을 선물하겠는 약속을 지켰다. 김 감독은 높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이근호를 K-리그에 복귀시켜준 은인이다. 이근호는 국내 팀으로 돌아와야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전 소속구단인 일본 감바 오사카에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은 자신이 부담했지만, J-리그 진출 전 소속 팀이었던 대구에 지불해야 할 이적료 15억원은 울산이 부담했다. 선수와 현금을 내주는 조건으로 해결했다. 김 감독은 이근호를 친아들처럼 챙겼다. 이근호는 "감독님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 군입대 전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했었다.

'중동 킬러'의 진가를 확실히 드러냈다. 이근호는 A매치 15골 중 10골을 중동 국가를 상대로 기록했다. 특히 사우디만 만나면 더 힘을 냈다. 2008년 11월 사우디와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19년간 이어져오던 사우디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깼다. 이번 시즌 알힐랄(사우디)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원정 경기에서도 1골-2도움으로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날 결승전에서 이근호는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 상대의 측면을 허물었다. 김승용과의 포지션 체인지로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러나 전반 30분에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문전에서 슈팅을 날리려는 순간 몸의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무릎 쪽에 고통을 호소했다. 들것에 실려 나왔다. 그러나 이내 부상을 훌훌 털어버렸다.

이근호의 진가는 후반 31분 발휘됐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장기인 측면 돌파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도움을 올린 것이다. 이근호의 크로스를 김승용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주전 풀백들이 빠진 알아흘리의 대체 요원들은 이근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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