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승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이근호(27)가 10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근호는 김호곤 울산 감독에게 우승을 선물하겠는 약속을 지켰다. 김 감독은 높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이근호를 K-리그에 복귀시켜준 은인이다. 이근호는 국내 팀으로 돌아와야 병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전 소속구단인 일본 감바 오사카에 지급해야 하는 위약금은 자신이 부담했지만, J-리그 진출 전 소속 팀이었던 대구에 지불해야 할 이적료 15억원은 울산이 부담했다. 선수와 현금을 내주는 조건으로 해결했다. 김 감독은 이근호를 친아들처럼 챙겼다. 이근호는 "감독님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 군입대 전 선물을 드리고 싶다"고 했었다.
'중동 킬러'의 진가를 확실히 드러냈다. 이근호는 A매치 15골 중 10골을 중동 국가를 상대로 기록했다. 특히 사우디만 만나면 더 힘을 냈다. 2008년 11월 사우디와의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터뜨리며 19년간 이어져오던 사우디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깼다. 이번 시즌 알힐랄(사우디)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원정 경기에서도 1골-2도움으로 4강 진출을 견인했다.
이근호의 진가는 후반 31분 발휘됐다. 2-0으로 앞선 상황에서 장기인 측면 돌파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도움을 올린 것이다. 이근호의 크로스를 김승용이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주전 풀백들이 빠진 알아흘리의 대체 요원들은 이근호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울산=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