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전 박종우-맥카이'한솥밥 절친더비' 유쾌한 장외설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1-08 08:51



'한솥밥' 룸메이트가 국가의 명예를 걸고 맞붙게 됐다.

15일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부산 아이파크의 미드필더 박종우와 맥카이는 각각 한국, 호주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부산 에이스들이 한국과 호주의 중원에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벌써부터 장외 신경전이 뜨겁다.

박종우의 "호주전에서 죽여버리겠다"는 농담에 맥카이는 "나도 죽일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박종우의 왼발만 공격하겠다"는 맥카이의 엄포에, 박종우는 "맥카이의 오른발만 공격하겠다"고 응수했다. "반드시 승리한 후 클럽하우스에서 박종우를 향해 빅스마일(big smile)을 지어보이겠다"는 맥카이의 도발에 박종우는 "한국 축구의 힘을 보여주겠다. K-리그와는 또다른 대표팀 특유의 매운맛을 보게 될 것"이라며 맞섰다.

사실 박종우와 맥카이는 친하다. 호주 브리즈번 '레전드' 출신의 '호주 국대' 맥카이는 올시즌 스코틀랜드리그 레인저스가 재정난으로 파산하면서 부산행을 택했다. 부산에 온 이후 줄곧 박종우의 룸메이트다. 박종우는 맥카이 K-리그 적응을 도왔다. 박종우는 "지금은 맥카이가 개인숙소에서 지내지만, 팀 숙소에 들어올 때면 여전히 룸메이트다. 지금도 맥카이의 짐이 내 방에 있다"며 웃었다. "대화를 많이 나눈 덕분에, 내 영어도 좀 늘었다. 맥카이도 '빨리빨리'같은 한국어를 곧잘 한다"고 했다.

올시즌 박종우와 맥카이는 2골을 합작했다. 박종우의 올시즌 3골 가운데 2골이 맥카이와 함께한 골이다. 지난 4월28일 상주전 마수걸이골, 5월13일 대구전 시즌 2호골은 모두 맥카이의 도움을 받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박종우와 맥카이는 성실하고 적극적이다. 프로로서의 단단한 정신력도 닮았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안익수 부산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맥카이는 언제나 유니폼 상의를 하의 안에 바짝 넣어 입는다. '맥카이 스타일'은 그라운드에서 한눈에 들어온다. 다소 불편하지만 단정하고 긴장감을 주는, 소위 '배바지' 스타일은 프로로서 맥카이의 소신이다. "프로라면 이렇게 입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종우는 동료 맥카이에 대해 "성실하고 활발하다. 정말 열심히 뛰고, 화나면 흥분해서 잘 못참는다. 성격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박종우는 이란 원정에 이어 생애 두번째 A매치 출격을 앞두고 있다. 데뷔전에서는 합격점을 받았다. 두번째 무대에 대해 "조금 편안하게 뛸 수 있겠지만 부담은 더 크다"고 했다. "그 부담감을 잘 이겨내야 큰 선수가 될 수 있다"며 당찬 각오를 밝혔다.

박종우와 맥카이 사이에는 '기성용'이라는 공통분모도 있다. 맥카이는 호주에서 축구하던 15세 소년 기성용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기성용을 브리즈번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뛰어난 선수라고 생각했다. 당시에도 키가 컸었다"고 회상했다. 같은 스코틀랜드리그 출신으로 "셀틱을 거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에 훌륭하게 적응했다"고 칭찬했다. 박종우과 기성용도 친하다. 런던올림픽 기간내내 룸메이트였다. 중원에서 최고의 호흡을 선보이며 기적같은 동메달을 따냈다. 기성용에게 맥카이에 대해 물었더니 "호주에서 함께 경기 뛴 적이 있고, 스코틀랜드에서는 한두번 만난 적이 있다. 인사를 나누진 않았지만 알고 있다"고 하더란다.

박종우는 맥카이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같은팀 동료를 상대팀으로 만나는 것은 재밌고 색다른 경험"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한치 양보없는 '진검승부'를 다짐했다. 국가의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경기다. '서로 봐주지 않기'를 약속했다. 혼신의 힘을 다한 경기 직후 서로 유니폼을 교환하기로 약속했다. 뜨겁고도 훈훈한 '한솥밥 절친 더비'를 고대하고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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