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중인 최강희호, 호주전 명단에 담긴 의미

이지현 기자

기사입력 2012-11-06 12:00 | 최종수정 2012-11-06 13:48



2014 브라질 월드컵을 향한 최강희호의 성적은 2승 1무 1패 A조 1위. 차순위 이란과 승점이 같지만, 조 2위까지 본선 직행 티켓이 주어는 대회 특성상, 그리고 홈 경기가 더 많이 남은 앞으로의 일정상 나쁜 결과는 아니다. 다만 성적 외 해결할 문제들이 많다는 게 문제다. 베스트로 내세운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올라오질 않았고, 적절한 조합에 실패했으며, 이 탓에 실전에서의 단순한 전술적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이런 형국에 5일 오전 축구회관에서 발표한 최강희호의 호주전 명단은 관심을 끄는 부분이 많았다.

'뜨거운 감자' 유럽파들을 부르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반납한 박지성, 끔찍한 부상을 당한 이청용, 경기에 나서지 못한 박주영. 믿고 쓰던 유럽파는 아시안컵 이후부터 제법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저 멀리 유럽 땅에서 수천 km를 날아온 그들은 코칭진과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자연스레 해외파 차출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상처 주지 말라고? 대표팀은 '완성된' 선수들이 '결과'를 위해 모이는 성격이 강한데, 그들이 보여줬던 활약상과 갖고 있는 잠재력만으로는 무한한 신뢰를 영원히 보내줄 수가 없었다.

이란 원정 명단 기준, 유럽에서 뛰는 해외파는 박주영, 기성용, 손흥민, 이청용, 김보경,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박주호가 있었다. 이 중 '유럽파'라는 이름값에 걸맞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선수는 기성용과 손흥민 정도가 아닐까. 나머지는 새로 합류한 팀에서의 적응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해야 하며, 다져놨던 입지를 조금 더 견고히 해야 할 때다. 이런 상황에서 소속팀 내 불확실한 입지는 물론 부상의 우려까지 담보로 해 그들을 한국까지 부르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달 이란에 다녀온 기성용이 부쩍 지친 기색을 보인 것만 봐도 그러하다.

물론 내년 3월 26일 홈에서 잡힌 카타르와의 최종 예선 5차전에 대비해 조직력을 다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요리사가 좋은 재료를 조합해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는 데 있어 '재료'와 '조합'의 우선순위를 굳이 따지자면 그래도 일단은 재료의 질을 보장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가까스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일부 선수들을 무리해서까지 차출한 뒤 그들이 또다시 부진 속 하락세를 보이면 선수 개인적으로도, 대표팀 전체적으로도 상당한 손해다.


'훨씬 더 뜨거운 감자' 이동국을 재차 불렀다.

이란 원정 명단이 발표됐던 지난달 26일, 명단 제외의 씁쓸함을 맛본 이동국은 그날 저녁 수원전부터 2골을 터뜨리며 곧장 무력시위에 들어갔다. 이후 부산전 1골, 포항전 무득점, 울산전 1골, 서울전 1골을 작렬하더니 지난 주말 부산전에서는 2골을 성공시키며 최근 6경기 7골, 경기당 1골이 넘는 수치를 기록했다. K리그 최다 득점-공격 포인트의 기록 경신은 젖혀놓더라도, 일단 '최근 폼'만 따지고 봤을 때에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K리그 공격수 중 가장 좋다. 최강희 감독이 마땅한 공격수가 없다며 대안으로 언급한 몇몇 선수들은 이동국과의 클래스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이렇게 된 상황, 최강희 감독이 시험할 '이동국 활용법'이 어떠할지에 눈길이 간다. 늘어난 K리그 일정에 지친 이동국을 다시 불렀으니 이젠 이 선수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는 최강희 감독의 몫만 남았다. 지난 8월 잠비아전처럼 김신욱과 짝을 이룬 트위타워의 출격도 가능해 보이고, 최종 예선 초반처럼 원톱 이동국 밑에 이근호, 그리고 황진성, 이승기 정도를 새롭게 배치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조합이야 어찌 되었든 애제자 이동국을 또 한 번 믿은 최강희 감독이 현재의 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가시적인 경기 결과와 내용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베스트 자원을 상당수 제외한 호주와의 평가전이라고 해도 말이다.


마땅한 윙어가 보이지 않는 상황, 김형범을 다시 불렀다.

지난 우즈벡-이란전에서 만족할 만한 경기를 펼치지 못한 데엔 윙어 역할의 부재가 컸다. 이동국vs박주영의 대결 구도보다 주위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줬느냐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다른 선수를 불러 테스트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마저도 변변치 않다는 데 있다. 현재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팀들의 측면은 죄다 외국인 선수들의 차지다. 그 중 완벽하진 않다고 해도 대표팀에 준하는 활약을 펼쳤고, 대표팀의 맛도 본 적이 있는 수원의 서정진 정도가 불러볼 법한 선수였다.

최강희 감독도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가 내놓은 해답은 지난 8월 소집 명단에 올렸던 김형범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르는 것이었다. 윙어 역할까지 소화해낼 수 있는 최재수는 정황상 왼쪽 수비로 기용될 것이고, 이근호를 측면으로 빼는 방법이 있다고 해도 반대쪽엔 공석이 생긴다. 이를 메우기 위해 새로이 추가된 측면 전문 자원은 김형범 정도가 유일한데, 이 선수의 폼도 시즌 초중반에 비해서는 떨어진다는 게 살짝 아쉽다. 지난 잠비아전 선제골을 도운 그가 최강희호를 살릴 수 있을까. 모든 관심이 원톱 이동국에 쏠린 현재, 최강희호를 살릴 진정한 구세주 역할은 측면 윙어에게 남겨졌을 가능성이 크다. <홍의택 객원기자, 제대로 축구(http://blog.naver.com/russ1010)>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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