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신태용 감독,강등의 계절 '동병상련'밀담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10-28 17:30


"이천수 문제도 그렇고, 경기 외적인 것에 신경쓸 겨를도 없다."

하석주 전남 드래곤즈 감독은 28일 K-리그 37라운드 성남 일화 원정 직전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강등권 싸움의 피로감을 토로했다. 36라운드 홈경기에서 이천수가 광양을 찾으며 핫이슈가 됐다. 그러나 하 감독의 당면 관심사는 "오로지 팀의 경기력뿐"이라고 했다. 13위 전남은 14위 강원 15위 광주와 피말리는 강등권 다툼중이다. 매주 승점 1점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감독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경기전 절친한 신태용 성남 감독과 한참 동안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그룹B로 떨어진 기업구단 사령탑의 동병상련이었다. 하 감독은 "서로의 마음고생을 위로했다"고 귀띔했다. 신 감독 역시 "우리 역시 여유가 있는 입장이 아니다. 경기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피했다"고 했다.

성적에 모든 것이 좌우되는 프로 감독들이다. 지인들과의 만남조차 피하게 된다는 말에 서로 공감했다. 잘 될 거라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아픔을 위로했다. 치열한 강등권 싸움중인 하 감독은 마음이 더 급하다. "우리 선수들이 더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내색조차 할 수 없다. 돌아서면 늘 속이 쓰리고, 메슥거리고 울렁울렁한다"며 강등권 감독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전날 원정경기를 위해 올라오는 차안에서도 인천-광주전의 결과를 실시간 문자중계로 노심초사하며 지켜봤다. "제발 이 싸움이 마지막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두경기 전에라도 강등권에서 탈출하는 것이 소망이다. 선수들을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강등권에서는 벗어났지만 신 감독 역시 속이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홈경기에서의 승리가 절실하다. 올시즌 홈 19경기에서 4승밖에 챙기지 못했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성남의 그룹B행에 대한 팬들의 시선도 따갑다. 유일하게 보답하는 길은 남은 홈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일뿐이라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성남은 그룹B 강등권 싸움에 키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홈경기가 강원전이다. 스승 김학범 강원 감독과 일전을 앞두고 있다. 신 감독은 "그래도 시즌 마지막 경기가 상주전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고 안도했다. 마지막 싸움에서 캐스팅보트를 쥐지 않게 됐다는 것, 악역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했다. 이기는 감독에게나, 지는 감독에게나 고역이다. 이제 남은 경기는 7경기, 강등의 현실이 피부에 와닿기 시작했다.
성남=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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