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호 연애'둘러싼 K-리그 장외배틀,유쾌했다

기사입력 2012-10-25 10:01 | 최종수정 2012-10-25 10:01

부산이 연애하고 있을 때
부산 연애할 때 우리는 승점 투자

"부산이 연애하고 있을 때 우리는 승점에 투자한다."(포항) "부러우면 지는 거다."(부산)

24일 오후 7시30분 K-리그 36라운드 포항-부산전을 앞두고 일진일퇴의 SNS 전초전이 시작됐다. 한지호 열애 공개 이후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신경전이 팽팽했다. 깨알같은 재미에 축구팬들이 폭소했다.

도발은 포항이 먼저 했다. 한지호가 부산 구단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연애중"이라는 사실을 깜짝 공개한 직후인 23일 포항 스틸러스가 SNS를 통해 '부산이 연애하고 있을 때 우리는 승점에 투자한다. 우리는 포항 스틸러스다'라는 포스터를 내걸었다. 선수들 사이에 '개그맨'으로 통하는 배슬기가 메인모델로 나섰다. 소녀팬들이 즉각 한지호의 페이스북에 포항의 '만행'을 고해 바쳤다.

부러우면지는거다
'격분'(?)한 부산 구단이 응사했다. 한지호의 신간이 발간됐다는 설명과 함께 '부러우면 지는 거다'를 타이틀로 내세운 책 표지 포스터를 만들어 올렸다. '축구 인기 연애 세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부산 아이파크 한지호의 포항을 위한 외침'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포항 축구가 가장 쉬웠어요
부산이 만든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대응한 포항. 축구가 가장 쉬웠어요
포항이 발빠르게 재반격에 나섰다. 불과 1시간만이었다. 에이스 황진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황진성도 '질세라' 책을 출간했다. '축구가 제일 쉬웠어요.' 'K-리그 위클리 수석 2회, 국가대표 출신 황진성 이야기'라는 부제에, '최근 긍정고구마 키우기에 앞장선 이 시대의 선각자'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포항은 최근 칭찬과 긍정적인 메시지를 듣고 자란 고구마가 잘 자란다는 '긍정 고구마' 실험으로 화제를 모았었다.

포항-부산 양구단은 경기 직전까지 SNS 공방을 주고받으며 날을 세웠다. 팬들이 수십개의 댓글을 이어달며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날 경기는 원정팀 부산의 2대0 승리로 막을 내렸다. 전반 4분 박종우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36분 한지호의 쐐기골이 터졌다. 8월 18일 강원전 이후 8경기만에 얻어낸 귀한 승리다. 경기 전 '열애공개'로 온라인을 후끈 달군 한지호가 기어이 골을 터뜨리며, 스토리가 완성됐다. "죄송하면 포항전 골!"이라던 소녀팬의 엄포에 응답했다. 한지호의 골은 '연애도 축구도 잘한다 골'로 회자됐다.

무엇보다 K-리그 홍보에 불어온 새바람이 반갑다. 일부 구단 20대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반짝반짝한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기존의 고리타분한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 네티즌 팬들과 소통하고, '빵 터지는' 이슈, 감동적인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불철주야 고민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SNS에 포스터를 올린 양 구단의 '능력자'는 모두 20대 초중반의 인턴사원들이다. 포토샵 능력을 갖춘 포항의 고광성 인턴사원과 부산의 구 민 인턴사원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 배틀을 펼쳤다. K-리그를 향한 열정과 패기로 젊은 축구팬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겨냥했다.

팬들의 반응에 구단 직원들도 뿌듯해 하고 있다. 김병훈 부산 아이파크 홍보마케팅팀 매니저는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경쟁하지만, 구단 직원들은 이슈를 만들고 리그를 홍보하기 위해 협업하는 측면이 크다. SNS를 위한 설전은 서로를 자극하되 선을 넘지않는 수준에서 스토리를 만들고, 이슈를 만드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조정길 포항 스틸러스 홍보마케팅팀 대리는 "한지호 선수의 연애 기사를 보고 아이디어 회의를 하다 즉흥적으로 시작된 일인데 예상치않게 부산이 호응해주면서 재미가 더해졌다"며 즐거워했다. "결국 팬들을 그라운드로 불러들이기 위한 노력들이다. 재미있는 소재를 통해 경기일정을 한번이라도 더 알리고, 선수들과 K-리그를 홍보할 수 있는 색다른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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