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감독 탄식 "신영록이 그립다", 그 이유는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2-10-22 01:43 | 최종수정 2012-10-22 08:43


신영록. 스포츠조선DB

'희망과 기적의 아이콘'이다. 하지만 그는 그라운드에 없다. 떠난 지 17개월이 흘렀다. 그의 이름 석자는 여전히 그라운드를 맴돌고 있다.

"신영록(25)이 그립다." 21일 FC서울에 1대2로 패한 박경훈 제주 감독의 탄식이었다. 서울전은 전환점이었다. 서울에 이어 부산, 경남과의 홈경기가 기다리고 있다. 박 감독은 현주소는 6위지만 3연승을 거둔다면 목표한 3위를 바라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3위에는 내년 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그는 경기전 "정말 중요한 경기다. 선두 서울을 이긴다면 선수 개개인의 자신감과 팀 사기가 올라갈 수 있다.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며 입술을 깨물었다.

출발은 경쾌했다. 강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전반 31분 골키퍼 한동진의 무리한 드리블로 데얀에게 선제골을 허용하면서 흐름이 끊겼다. 실수는 피할 수 없는 그라운드의 숙명, 시간은 충분했다. 기회는 있었다. 골을 허용하면 동점, 역전골로 전세를 뒤집으면 된다. 그러나 공격에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 그 순간 박 감독의 머릿속을 스친 선수가 신영록이다.

제주는 산토스가 부상에서 회복했지만 여전히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원톱 서동현은 기복이 심하다. 단조로운 움직임으로 오프사이드의 덫에 걸렸다. 그는 이날 세 차례나 오프사이드의 희생양이 됐다. 강수일은 여전히 2%가 부족하다. 자일은 만회골을 기록하며 고군분투했지만 주변의 도움이 아쉬웠다.

결국 해결사가 없었다. 신영록은 전형적인 '파이터형 스트라이커'다. 몸싸움과 파워가 뛰어난 그는 정면 충돌로 적진을 뚫는다.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대포알 슈팅은 전매특허다. 골결정력도 갖추고 있다. 첼시 시절의 드로그바와 플레이 스타일이 흡사해 '영록바'라는 별명은 무늬가 아니었다. 박 감독이 지난해 야심차게 영입한 선수가 신영록이다.

하지만 그는 이제 꿈이 됐다. 신영록은 지난해 5월 8일 대구전에서 후반 종료 직전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고비가 있었다. 의지는 놀라웠다. 입원 46일 만인 6월 24일 의식을 되찾았다.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라운드에 언제 돌아올 수 있을 지 기약은 없다. 신영록은 재활 훈련을 거듭하고 있지만 또 한번의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복귀는 불가능하다.

이제 8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승점 48점으로 한 경기를 덜 치른 3위 수원(승점 62)과의 승점 차는 14점이다. 박 감독은 희망의 끈은 버리지 않았다. "8경기가 남았는데 7승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방법은 없다. 매경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제주는 '신영록 정신'이 필요할 때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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